공연으로 봄 소풍 나온 이소라, “오래 안 해본 일들을 해보고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가수 이소라(57)의 2026년 콘서트 첫날 공연은 완벽에 가까웠다. 감정 소모가 큰 곡이 많은 그가 노래를 시작하면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어 공연을 몰래 찍는 이도 거의 없었다.
예정된 90분을 넘겨 두 시간을 향해 가던 공연. 정식 셋리스트의 마지막 곡 ‘순수의 시절’에서 완벽이 깨졌다. “아무도 도울 수 없어. 나 혼자 일어서야 해”. 더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일어나자는, 다만 그건 혼자 해내야 하는 일임을 말하는 곡은 희망적이고도 쓸쓸하다.
그 막바지에서 공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던 이소라가 가사를 놓쳤다. 그는 “아…” 탄식하며 실수를 투명히 드러냈다.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그의 얼굴엔 좌절과 아쉬움이 어리는 듯했다. 고요를 지키던 관객들이 너나할 것 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소라가 표정을 갈무리하고 노래를 이어갔다. “잊지 말아 이 푸르름의 날들을”. 마지막 소절과 함께 막이 내려왔다. 탈진한 듯, 다시 자책하듯 의자에 몸을 기댄 그에게 관객들은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이소라가 <2026 이소라 여덟 번째 봄 콘서트 ‘봄의 미로’>로 지난 2·3일 양일간 관객 7000여 명을 만났다. 그의 공연은 관객에게 건네는 말이 거의 없이 ‘노래하는 이소라’로 채워지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달랐다. 통통 튀는 보사노바풍의 노래 ‘바라 봄’을 첫 곡으로 선보인 그는 바로 인사하며 근황을 전했다.
“그동안 쭉 침체돼 있었거든요. 꽤 오랜 시간. 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그런데) 2025년부터 변화가 왔어요. 집에만 있는 걸 몸이 견디지 못하더라고요. 몸을 건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도 바뀌고 많이 변했어요, 제가.”
공연의 높은 완성도는 그대로였다. 콘서트명 ‘봄의 미로’답게 낮은 수풀로 만든 미로 사이에 5인조 밴드와 16인조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자리했다. 이소라는 미로 밖, 무대 정중앙에 앉아 정밀하게 조율된 악기처럼 노래했다.

‘트랙 9’(Track 9),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바람이 분다’ 등 명곡이 이어졌다. 피아노 혹은 기타 반주 하나에 의지해 노래하다가 악기가 덧대지면, 조명도 이들을 넓게 비췄다. 조명 색에 따라 무대는 라일락 꽃밭처럼도, 햇살 좋은 정원처럼도 느껴졌다. 프로젝터로 비춘 눈썹달과 윤슬, 꽃으로 채워진 큐브 조형물 등이 무대를 다채롭게 꾸몄다.
이소라는 최근 유튜브 게스트로 만난 누군가로부터 “공연 때 말도 잘 안하고 노래만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노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 할 일을 다하지 못한 걸 수 있겠다. 생각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이소라는 데뷔 후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그는 “말을 많이 하니 노래에 힘이 빠지는 듯하다”고 걱정하고, “가슴이 이상하게 쿵쿵댄다”고 떨리는 속내를 전하면서도 관객에게 대화를 여러 번 청했다. 그 끝에 나온 실수에 관중은 더 크게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이소라가 소통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에는 오랫동안 안 해 본 일들을 해보고 있어요. 좀 밝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설레는 사람이.” 이소라가 꿈을 꾸듯 말했다. 그는 오래 연락이 끊겼던 팬으로부터 응원의 쪽지가 담긴 꽃바구니를 받아 기쁘다는 걸 진심으로 이야기했다. 앵콜곡 ‘내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까지 총 19곡이 담긴 콘서트는 이소라 특유의 서글픈 정서의 노래가 많았는데도 산뜻하게 느껴졌다. 봄처럼 새로이 기지개를 켜려는 그의 마음이 전해져서가 아닐까.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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