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무관의 작은 도시, 스위스 정상에 섰다…툰의 기적

김세훈 기자 2026. 5. 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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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스위스 툰의 슈토크호른 아레나에서 열린 스위스 프로축구 슈퍼리그 우승 확정 행사에서 툰의 카스트리오트 이메리가 우승 트로피 복제품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툰은 창단 128년 만에 구단 역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EPA연합뉴스

스위스 인구 4만500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 툰이 자국 프로축구 정상에 올랐다. 창단 128년 만의 첫 메이저 우승이다.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작은 기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툰은 4일 스위스 프로축구 슈퍼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직접 우승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툰은 하루 전 바젤에 1-3으로 졌지만, 2위 장크트갈렌이 홈에서 시옹에 003으로 패하면서 승점 차가 10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이 확정됐다.

툰은 1898년 창단 이후 128년 동안 한 번도 주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5년 동안은 2부 리그에 머물렀고,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까지 겪었다.

이번 시즌 툰의 선수단 시장가치는 약 2240만 유로 수준이었다. 리그 12개 팀 가운데 8위 규모다. 우승 경쟁 팀인 바젤, 영 보이스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다.

툰의 성공 배경에는 강한 내부 결속이 있다. 구단 회장 안드레스 게르버는 선수 시절부터 툰과 함께한 상징적 인물이다. 선수, 감독, 단장을 거쳐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감독 마우로 루스트리넬리는 선수와 감독으로 툰에 세 차례 몸담았다. 수석코치 넬송 페헤이라도 선수 은퇴 후 지도자로 남았다. 핵심 스태프 상당수가 오랜 기간 구단에 머물며 팀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툰은 의도적으로 임대 선수 비중을 줄였다. 구단과 팀에 애착을 가진 선수 중심으로 선수단을 재편했다. 주장 마르코 뷔르키 역시 과거 임대 생활을 거쳐 다시 완전 이적으로 돌아온 사례다.

전술적 색깔도 분명했다. 툰은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고, 공을 빼앗은 뒤 빠르게 전진하는 공격 축구를 추구했다. 루스트리넬리 감독은 높은 압박과 빠른 전진, 공간 침투를 팀 철학으로 삼았다. 이 철학은 2022-2023시즌 성적 부진으로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부 리그 우승과 승격을 이뤄냈고, 이번 시즌 같은 철학으로 정상까지 올라섰다.

4알 스위스 툰 시청광장에서 툰 선수들과 팬들이 스위스 프로축구 슈퍼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즌 초 구단 내부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상위 6위 진입이었다. 그러나 개막 4연승으로 흐름을 탔고, 지난해 12월 취리히전에서 0-2 열세를 뒤집어 4-2 역전승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경기 이후 선수단 내부에서 우승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툰은 11경기 무패를 달렸다. 10승1무의 상승세 속에서 경쟁 팀들을 밀어냈고 결국 정상까지 도달했다.

툰의 우승은 2015-2016시즌 레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1997-1998시즌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승격 첫해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과 비교될 정도의 이변으로 평가된다. 디애슬레틱은 “툰은 자본보다 조직력, 스타보다 연속성, 단기 성과보다 정체성을 선택했다”며 “그 선택은 구단 역사상 가장 큰 결과로 돌아왔다. 128년 동안 한 번도 닿지 못했던 정상에 가장 작은 도시가 오르는 꿈을 이뤘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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