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퇴직금 미지급’ 피해자에 30만~50만원 합의금 제시···“사과 없이 푼돈으로 입막음”
쿠팡 측 “액수 책정, 통상 관례 따른 것”
피해자 “모욕적”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측이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미지급 퇴직금과 합의금 지급을 조건으로 법원에 제출할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피해자는 쿠팡CFS 측이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합의금으로 수십만원을 제시하는 등의 태도에 “모욕적”이라며 합의를 거부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CFS 측은 최근 퇴직금 미지급 사건 피해자들에게 개별 연락해 합의금을 제안하며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했다. 처벌불원서에는 ‘특별검사 측 기소 내용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 ‘추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쿠팡CFS가 제시한 합의금은 약 30만~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상설특검(특별검사 안권섭)은 2023년 5월 쿠팡CFS 측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퇴직금을 미지급한 혐의(퇴직급여법 위반)로 쿠팡CFS 법인과 정종철 대표, 엄성환 전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쿠팡CFS가 노동자 40명의 퇴직금 1억2382만원을 체불했다고 본다.
쿠팡CFS 측은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피해자인 21명 중 15명에게 (퇴직금을) 다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퇴직금 미지급 피해자를 40명으로 판단했지만 쿠팡CFS 측은 21명이라고 주장한다. 재판부가 쿠팡CFS 측에 “그분들(피해자들)에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 형식으로 (처벌불원서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쿠팡CFS 측은 “확인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후 쿠팡CFS 노무팀은 퇴직금을 미지급한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접촉해 수십만원의 합의금을 제안하며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미지급 피해자는 쿠팡CFS 측 태도와 합의문 내용 등을 문제 삼으며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합의 요구를 받은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쿠팡CFS 측의) 진정 어린 사과는 없었고, 합의금 액수도 모욕적이라고 느꼈다”며 “처벌을 면하기 위해 푼돈으로 입막음하는데 급급할 뿐 반성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는 쿠팡CFS가 조건을 걸고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일부 피해자는 쿠팡CFS 측 요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A씨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주지 않으면 언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은 분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체불임금은 보통 회사 여건이 어려워 발생하는데, 이 사건은 쿠팡CFS 측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열악한 일용직 노동자의 상황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런 악의성과 고의성에 비춰 쿠팡CFS가 진정한 사과를 하면서 이에 합당한 합의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CFS 측은 합의금 액수 책정과 합의 요구가 통상적인 형사사건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CFS 관계자는 “일용직 퇴직금 규정을 원상 복구해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특검이 기소한 사건 근로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퇴직금을 지급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제시한 합의안은) 형사소송 절차에 필요한 퇴직금 합의”라며 “근로자의 포괄적 권리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쿠팡CFS 측이 처벌불원서 작성 관련 합의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061809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050700001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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