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안 받겠다” “대금 밀려도 최상품 납품”…홈플러스 살리기 ‘안간힘’

김채린 2026. 5.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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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또 겨우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법원이 오늘(4일)로 예정돼 있던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7월 3일까지로 연장한 겁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말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이후 이번이 2번째 연장입니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실질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와 하림그룹 자회사인 엔에스쇼핑은 곧 '익스프레스' 매각 조건을 최종 확정하는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매각 절차와 후속 조치가 제대로 마무리되기를 기다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월급도 포기 가능…영업 정상화에 자금 전체 투입해야"

회생 절차 연장 소식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월급을 뒤늦게, 나눠서 지급해 온 회사는 자금 상황 악화를 이유로 지난달(4월) 월급도 아직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직원들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이제는 월급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직원들의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뤄내자"고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홈플러스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동의 대가인 월급도 포기하겠다"면서 "회사는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등) 모든 가용 재원을 전액 영업 정상화와 상품 공급에 투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KBS 자료 화면)


수도권의 한 홈플러스 직원은 "상품과 손님이 줄어드니 덩달아 업무도 줄었다"면서 "올해 1월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에서 긴급 운영자금으로 1천억 원을 투입했을 때, 회사는 직원들 급여를 주지 않고 상품을 샀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상품이 없으니 손님이 들지 않고, 결국 상품을 매입할 돈도 벌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마트 주력 품목인 신선식품 발주조차 올해 들어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입점 업주도 "마트에 와도 살 게 없으니까 손님 발길이 끊기고 있고, 입점 업체들 매출도 줄줄이 타격을 받은 지 오래"라며 "텅텅 빈 매대를 보면 홈플러스가 정말 장사를 할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월급은 피와 땀의 결정체이지만, 회사가 무너지면 그마저도 의미가 없다"면서 "영업 현장에 물건이 돌고 손님이 다시 찾는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사측에 요구했습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전통주 매대에 전통주가 아닌 치즈 쿠키가 진열돼 있다. (KBS 자료 화면)


■ "대금 체불에도 최상품 납품 중…손님들이 외면 안 했으면"

납품업체 4천여 곳도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를 마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홈플러스가 체불한 납품 대금은 2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홈플러스에 15년 넘게 농산물을 납품해 온 A 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언제 주겠다는 말도 없이 무기한으로 대금 지급이 밀리고 있다.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 "어쩔 수 없이 직원 수를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공장 부지까지 담보로 잡아 은행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납품업체도 "작은 업체는 수억 원, 큰 업체는 수십 억에서 100억 가까이 체불 당하고 있다"면서 "농산물 쪽은 다들 신용으로 버텨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농민들도 일단 대금을 못 받으면서도 물건을 대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신선식품 매대 (KBS 자료 화면)


대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도 계속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이유는 뭘까?

영세한 업체일수록 마땅한 대체 납품처를 찾기도 어렵고, 거래를 끊으면 나중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두렵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홈플러스가 살아야 우리도 살고, 홈플러스가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전체 홈플러스 납품업체의 45%가량인 2,071곳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홈플러스에서 발생합니다.

A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홈플러스 같은 데는 망해야 한다'는 식의 댓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좋지 않다"면서 "홈플러스 직원뿐 아니라 저희 납품업체 직원들, 계약 재배를 하는 농민들까지 딸린 사람이 어마어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발주량을 기존의 30% 수준으로 줄였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넣고 있다"면서 "손님들이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1년 넘도록 불투명한 홈플러스 회생…늦어도 9월 초엔 '결판'

이렇게 많은 이들이 홈플러스의 회생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홈플러스가 세운 회생계획안은 자금 조달과 점포 정리·인력 효율화 등 이른바 '구조 혁신'을 거쳐,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후 M&A를 추진하는 내용입니다.

일단 운영 자금 마련이 급선무인 셈인데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익스프레스' 매각의 경우, 실제 성사되더라도 대금이 2천억 원대에 그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기존 예상가보다 최소 1천억 원가량 낮은 금액입니다.

DIP 금융을 통해 긴급 운영자금 3천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 역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대주주 MBK만 1천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나머지 긴급 운영자금 2천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자금이 돌지 못하면 홈플러스의 회생 성공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늦어도 6월 중에는 홈플러스가 수행 가능성을 높인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최대한 연장한다 하더라도, 채무자회생법상 그 시점은 9월 4일을 넘길 수 없는 상황.

홈플러스의 명운이 걸린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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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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