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굴기’가 찜찜한 이유…정보는 새고 진실은 사라졌나

■ 세계가 중국 AI를 바라보는 두 시선
지난 편에서는 미·중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잠재력을 인재 양성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10년에 걸친 치밀한 인재 양성 전략, 교실에서 시작된 씨앗, 그리고 실리콘밸리를 떠나 중국으로 돌아오는 인재들. 중국 AI의 약진은 분명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세계는 지금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 갈래로 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 찬사를 보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비난, 각국의 사용 차단, 국제사회의 잇따른 우려. 중국 AI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그 이면에 쌓이는 불편한 질문들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AI가 세계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를 하나씩 들여다보겠습니다.
■ 첫 번째 불편한 진실: 남의 것을 베꼈나
"미국은 주로 중국을 비롯한 외국 업체들이 미국의 AI를 훔치기 위해 대규모 증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 4월 23일, 마이클 크라치오스(Michael Kratsios)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중국을 맹비난했습니다.
그의 발언에서 나온 '증류(distillation)'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합니다.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증류'란 상위 AI 모델의 답변을 데이터로 삼아 새로운 모델을 훈련시키는 기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최고 수준의 AI에게 수백만 개의 질문을 던져 그 답변을 통째로 학습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기법을 통하면 거대 모델을 직접 개발할 때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마치 '정답지'를 베끼듯 손쉽게 고성능 AI를 만들 수 있습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단순히 기술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수만 개의 가상 접속 계정(프록시)을 만들어 감시망을 피하는 것은 물론, AI의 보안 빗장을 억지로 푸는 '탈옥(jailbreaking)' 기술까지 활용해 미국의 핵심 기술 자산을 체계적으로 빼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언급은 전혀 근거 없는 먹칠이며 중국 AI 산업의 성취에 대한 모략"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진실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강 미국이 공식 석상에서 "도둑질"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 장면, 그 자체가 이미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이 이제는 첨예한 갈등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두 번째 불편한 진실: 당신의 데이터가 새고 있다
2025년 2월, 우리나라 공공기관 및 주요 정부 부처들이 잇따라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등 정부 산하기관도 동참했습니다. 한전KPS 관계자는 "원전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만이 아니었습니다. 호주 정부는 모든 정부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며 "용인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 사용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딥시크를 차단했고, 대만·미국 하원·미 해군도 이용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우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딥시크를 직접 조사한 결과, 딥시크가 국내 이용자의 프롬프트 입력 정보를 중국 기업 등에 이전하면서도 이를 이용자에게 안내하지 않았고, 한국어로 된 개인정보 처리 방침조차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개인정보위는 즉각 파기를 명령하고 국내 앱 신규 다운로드를 잠정 중단시켰습니다.
하지만 더 놀랍고 섬뜩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딥시크 출시 직후, 사용자의 '타이핑 패턴'까지 수집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후 우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에서 타이핑 패턴 수집 자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 해프닝이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드러냈습니다. 만약 타이핑 패턴까지 수집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리가 보통 AI를 쓸 때 걱정하는 것은 “내가 어떤 질문(내용)을 했는가”입니다. 이는 마치 편지봉투 안의 내용을 들키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타이핑 패턴 수집은 차원이 다릅니다. 내가 무엇을 물어봤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타이핑을 하는지' 그 고유한 리듬과 습관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지문이나 필적이 다르듯, 키보드를 누르는 속도나 키와 키 사이의 간격, 오타를 수정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독특한 '디지털 지문'을 형성합니다. 이를 분석하면 사용자가 이름을 숨기거나 위치를 바꿔 접속하더라도, 국가 단위에서 해당 인물을 정확히 식별하고 행동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의혹 제기와 가능성 자체가 이미 경고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중국은 저렴한 AI 서비스를 개발도상국 시장에 빠르게 뿌리고 있습니다. 접근 비용이 적을수록 더 많은 이용자가 몰리고,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AI 서비스를 공짜로 나눠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가는 이용자의 데이터일 수 있습니다.
■ 세 번째 불편한 진실: 14억 명의 개인 정보가 AI의 재료가 됐다
중국 AI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있습니다. 14억 인구의 데이터가 사실상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됐다는 의혹입니다.
중국에서는 국가가 AI 개발을 위해 민간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활용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돼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개념이 서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는 AI 학습의 핵심 연료입니다. 14억 명의 검색 기록, 구매 패턴, 이동 경로, 대화 내용이 AI 개발에 투입됐다면 중국 AI의 빠른 성장은 기술력만의 결과가 아닐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은 AI를 활용해 국민 14억 명에 대한 감시와 정보 통제를 전례 없이 정교하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역에는 최대 6억 대에 이르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며 여기에 얼굴 인식·행동 분석·위치 추적 기능이 결합된 AI 시스템이 점점 더 폭넓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14억 인구를 단 몇 초 안에 식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AI가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 무기가 된 겁니다.
■ 네 번째 불편한 진실: AI가 진실을 지운다
중국 AI에게 천안문을 물으면 답하지 않습니다. 대만의 독립을 물으면 왜곡된 답이 돌아옵니다.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묻는 순간 화면은 침묵합니다.
바이트댄스,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온라인 콘텐츠를 검열하고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며 정부와 협력해 형사 사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AI가 지식의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라 특정 사상만을 허용하는 검열관이 된 겁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모델의 확산입니다. 중국은 이미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 여러 권위주의 국가에 감시 기술을 수출해 왔으며, 최근에는 중국산 AI 모델이 오픈소스 형태로 널리 공개되면서 다른 국가가 이를 쉽게 채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중국식 검열과 통제 구조가 AI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수출되는 상황, 이것이 국제사회가 중국 AI를 경계하는 가장 깊은 이유입니다.
■ 미·중 틈바구니, 한국의 선택은?
중국 AI의 약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10년에 걸친 인재 양성의 결실이고 국가가 설계한 생태계의 수확물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기술 탈취 의혹, 개인정보 침해, 국민 감시, 사상 통제라는 불편한 진실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자리에 서 있을까요? 우리는 미·중 AI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끼인 나라입니다. 미국의 기술 동맹 압박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는 순간 다른 한쪽을 잃는 구조입니다. 이 불편한 지정학적 현실을 외면한 채 세계 3위 AI 강국을 지향한다는 외침은 공허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틈바구니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시장 사이에서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제조 역량, 빠른 디지털 인프라, 글로벌 문화 콘텐츠 경쟁력. 이 자산들을 AI와 결합한다면 미·중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 강국의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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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기자 (windo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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