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받는 4명 중 1명 빈곤선 밖…“대상 줄이고 더 어려운 노인에 집중해야”[Pick코노미]
재정학회 “노인 70% 빈곤 근거 빈약”
현행 유지 땐 기초연금 예산 70조 넘어
차등 지급·노인생계급여 신설안 제시

노인 10명 중 7명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재정학계를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4명 중 1명은 생계지원이 필요한 소득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초고령화로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기초연금을 더 어려운 노인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재정학회 학술지 재정학연구에 따르면 홍우형 동국대 교수와 이상엽 경상국립대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초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완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에게 매달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전체 노인의 70% 안팎이 받을 수 있도록 매년 선정기준액을 정해왔다.
문제는 이 70% 기준이 노인 빈곤 실태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기준중위소득의 50%를 정책적 빈곤선으로 볼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의 24.68%가 이보다 높은 소득인정액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다. 수급자 4명 중 1명꼴로 연구진이 설정한 빈곤 기준 밖에 있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은 선정기준액 상승에서도 드러난다. 논문에 따르면 단독가구 선정기준액은 2014년 월 87만 원에서 2025년 월 228만 원으로 올랐다. 부부가구 기준도 같은 기간 월 139만 2000원에서 364만 8000원으로 상승했다. 2025년 기준 단독가구 선정기준액은 기준중위소득의 95.3%였고 부부가구도 92.8%에 달했다. 이후 2026년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 원, 부부가구 월 395만 2000원으로 더 높아졌다.
홍 교수는 현행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 완화라는 목적에 맞게 설계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그는 “노인 인구의 70%가 빈곤층이라는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처럼 기준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아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도 지출 증가 속도를 더 끌어올리는 변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3%로 처음 20%를 넘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25년 1070만 명에서 2050년 1891만 명으로 증가하고 노인인구 비중은 2070년 47.5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개편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현행 소득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20년에 걸쳐 매년 1%포인트씩 줄여 최종적으로 하위 50% 수준으로 좁히는 방안이다. 대신 소득 하위 30%에는 기준연금액의 150%를 지급하고 하위 30~40%에는 기준연금액을 그대로 주며 하위 40~70%에는 기준연금액의 50%만 지급하는 차등 지급 구조를 제안했다.
두 번째는 현행 하위 70%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바꾸는 방안이다. 노인 전체의 일정 비율을 정해놓고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계지원 필요성을 중심으로 수급 대상을 정하자는 취지다. 이 경우 노인가구의 소득과 재산 변화가 기준에 반영되고 다른 복지제도와의 정합성도 높아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세 번째는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통합해 노인생계급여를 신설하는 안이다. 현행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 32% 이하가 대상이지만 노인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 40% 이하로 대상을 넓히고 기준중위소득 40%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경우 기존 생계급여 대상 노인의 실질 혜택이 평균적으로 약 25만 원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도 기초연금 개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4분기 기초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급 기준 조정과 차등 지급은 기존 수급자 이해관계와 직결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급 대상 축소 논의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구체안 마련이 선거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지급 기준 개편이 단순한 수급 대상 축소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기초연금 수급 여부를 가르는 소득인정액은 근로·사업소득뿐 아니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반영한다. 주택·예금 등 재산에서 부채와 기본공제액을 뺀 뒤 일정 비율을 적용해 월 소득으로 환산하는 구조다. 고급자동차나 골프회원권 등은 전체 가액이 소득으로 잡힌다. 실제 손에 들어오는 현금 소득과 소득인정액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수급 대상을 기계적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산정 시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소득이 아니라 재산 환산액까지 포함돼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너무 많이 받으니까 잘라버리자는 식으로 가면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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