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등학교는 지방에서 다니자”…내신경쟁에 ‘서울 프리미엄’ 흔들
대치·목동·중계 ‘3대 학군지’ 모두 하락…프리미엄↓
수시 확대·지역의사제 영향…“서울 보다 지방이 유리”
‘넘사벽’ 집값도 영향…사교육·학습 인프라는 서울 강점

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 했지만, 중등 교육 분야에서는 이 같은 옛말이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서울로 전입한 인구가 5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역의사제 도입 및 내신 전형 확대 등으로 교육 시장에서의 서울 프리미엄이 한층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관련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전입한 인구 중 ‘교육’ 목적의 인구는 지난해 9만2365명을 기록해 직전 연도인 9만5209명 대비 3% 가량 줄었다. 교육 목적의 서울 전입 인구가 연간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코로나 19’ 당시인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실제 교육 목적의 서울 전입 인구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우상향하다 2021년 감소한 후 4년 연속 다시 오름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교육 목적의 서울 전입 수요가 사실상 10년 만에 꺾인 셈이다.
교육 목적의 서울 전입 인구는 줄어든 반면 서울로의 전입 총 인구는 늘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22만1380명에서 이듬해 124만4928명으로 늘었다는 점에서 교육 목적의 서울 전입인구 감소 추이가 두드러진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보면 이 같은 자녀교육 목적의 전입 인구 감소 현상은 더욱 뚜렷해 진다. 이른바 서울 ‘3대 학군지’라 불리는 대치동·목동·중계동이 자리한 강남구·양천구·노원구 모두 교육 목적의 전입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이 자리한 서울 강남구 전입 인구는 2024년 9191명에서 이듬해 7173명으로 크게 줄었다. 목동이 자리한 양천구의 관련 전입 인구는 같은 기간 4290명에서 3859명으로, 중계동이 자리한 노원구의 관련 인구는 6540명에서 5972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대학교나 고시원이 밀집한 자치구의 교육 목적 전입 인구는 늘었다. 서울대가 자리한 관악구(7725명→8074명)를 비롯해 고려대가 자리한 성북구(7632명→7844명), 연세대·이화여대가 자리한 서대문구(5549명→ 5551명), 성균관대가 자리한 종로구(2361명→2371명) 등의 교육 목적 전입 인구는 증가했다. 대학 합격 후 거주지 마련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이전한 인구를 제외한다면 교육 목적 서울 전입 인구 감소폭이 한층 가팔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입시 업계에서는 교육시장에서 이른바 ‘서울 프리미엄’이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지방에 거주할 경우 농어촌 전형이나 지역균형선발 등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 수시모집에서 기회가 많다”며 “향후 정시에서도 내신성적을 일정 비율 반영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내신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서울지역 고교가 불리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학군지를 중심으로 고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향후 2년간 이어질 내신 경쟁을 포기하고 이른바 ‘정시 올인’ 전략을 선택하는 학생이 상당수다. 3학년 1학기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내신 레이스’에서는 고1 초반 내신 성적이 입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들 학군지에서는 수행평가 외에 중간고사·기말고사와 같은 지필고사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퇴 후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일반고에서 학업중단율이 높은 자치구는 이른바 ‘강남 3구’가 ‘빅3’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강남 8학군인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2.7%로 1위를 기록했으며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가 2.1%로 뒤를 이었다.
대학들도 수시모집 비중을 늘리고 있어 이 같은 서울 선호 감소 추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 대입 정원에서 수시모집 비중은 2007년 51.5%로 사상 첫 과반을 기록한 이후 2028학년도 수시모집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80.8%까지 치솟았다. 특히 서울대가 2028학년도 부터 정시 선발 비율은 기존 대비 7.1%p 낮춘 34.3%로, 연세대는 9.4%p 낮춘 33.8%로 각각 줄이기로 해 최상위권 대학의 정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서 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해야지만 지원 자격이 부여되는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서울 이탈이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교육 부문에서 서울의 장점이 여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학생의 역량이 수능에 특화돼 있거나 수능시험을 두 번 이상 치르는 이른 바 ‘N수’ 가능성까지 고려할 경우 서울로의 전입이 나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울 고교에서는 이른바 ‘정시파이터’가 많아 학교 단위에서도 수능 공부 환경이 잘 갖춰져 있으며 서울 지역 사교육 인프라는 여타 지역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학군지 특유의 학습 분위기와 향후 사회생활에서 큰힘이 될 중·고등학교 인맥까지 두루 고려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서울 교육의 장점이 상당하다. 실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치동 학생은 엄마 몰래 학원을 빼먹고 PC방을 가는 것이 일탈로 여겨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업 분위기 자체가 잘 조성돼 있다. 서울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일부 지방에서는 대입 수시 합격자가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정도로 서울 학군지와 여타 지방 간 학력차이가 존재한다 ”며 “입사 컨설턴트들이 학부모들에게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까지 주요 학군지에서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갖추게 한 후 비학군지 고교로 전입한 후 수시전형을 통해 대입에 도전하라고 권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서울로의 이전 시 관련 비용이 치솟은 것 또한 이 같은 추이에 가속도를 붙게 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은 1년새 13.5% 상승했다. 지방 거주 중산층이 서울 주요학군지로 진입하기에는 서울 집값이 이른바 ‘넘사벽’이 된 셈이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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