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시대 끝’⋯ 제약·바이오, 신약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성공 확률 저하 등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협력 기반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과거 자체 연구 중심의 폐쇄형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유망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외부에서 조기에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별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중국 ‘아틀라틀 이노베이션 센터’와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아틀라틀 이노베이션 센터는 바이오 벤처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연구 협력을 연계해 기술 혁신과 사업화 가속화를 지원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이오텍 인큐베이션 센터’다.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에 공유 실험실, 사무 공간,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협약을 통해 유망 바이오텍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초기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아틀라틀 이노베이션 센터 입주와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외 오픈 이노베이션 전문 기관과 사업을 추진하는 첫 번째 사례”라며 “향후 다양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기반 한 차세대 유망 바이오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프리마인드 그룹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펀드 프리마인드 인베스트먼트(FMI)와 미국 바이오텍 기업 ‘제너럴 프록시미티’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는 차세대 신약 개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도 근접’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협력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유도 근접 기술은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다른 단백질을 의도적으로 가까이 붙여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과 FMI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제너럴 프록시미티와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 향후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 등 중장기적 협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유도 근접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혁신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차세대 신약 개발 기술 확보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유망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대원제약은 서울바이오허브와 함께 ‘2026년 서울바이오허브·대원제약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할 유망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을 모집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업 매칭을 넘어 1년간의 협약 기간 동안 밀착 컨설팅과 긴밀한 연구 협력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정된 기업은 대원제약의 R&D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기술실증(PoC) 기회를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사업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멘토링도 연중 지원된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특성상 초기 연구 단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공동 R&D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기술이전이나 공동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한 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