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기가 무섭다, 자고 일어나면 신저가"…곱버스 탄 개미의 '눈물'

서청석 기자 2026. 5. 4.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AI 생성)(이미지=구글 노트북 LM)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랠리를 지속함에 따라 지수 하락을 두 배로 추종하는 ‘곱버스’(인버스 2배 상장지수펀드) 상품들이 100원대 동전주로 전락하며 투자자들이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30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전 거래일 대비 1.91% 오른 169원에 마감했다. 소폭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지만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찍을 때마다 '곱버스'의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찍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 상장된 곱버스 ETF 5개 종목 가운데 4개가 이미 1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수가 상승할수록 손실이 배가되는 구조 탓에 연초 이후 코스피 급등장에서 곱버스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지수가 일방적으로 오르는 상황뿐만 아니라 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의 복리’ 효과가 가치 잠식을 가속화했다. 이는 하락장에서도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특유의 구조적 한계가 시장의 강세장과 맞물려 최악의 시너지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지수가 변동성을 보일 때 곱버스의 위험성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10% 상승한 뒤 다음 날 다시 10% 하락할 경우 지수는 100에서 110이 되었다가 99로 돌아와 소폭 하락에 그치지만, 곱버스는 첫날 20% 하락 후 다음 날 20% 상승하게 되어 100에서 80, 다시 96으로 가치가 깎이게 된다. 즉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더라도 투자 원금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변동성 잠식’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대해 1월 5522억원 순매수했고, 2월 4870억원, 4월 6454억원 사들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지수가 하락했던 3월에는 511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1월 11억9500만주, 2월 16억7100만주, 4월 29억3300만주 사들였고, 3월 16억7200만주를 팔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통계상으로도 극단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 투자자 중 손실을 보고 있는 비중은 지난달 23일 기준 무려 99.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해당 상품에 발을 들인 투자자 전원이 원금 손실 구간에 갇혀 있으며,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때마다 이들의 손실 폭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상품의 가격이 동전주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가격 정상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 주식은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질 경우 주식 병합을 통해 주당 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ETF와 ETN은 현행 상법상 주식이 아닌 수익증권으로 분류되어 액면병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100원대 가격에서 발생하는 호가 스프레드 확대와 괴리율 심화 문제는 투자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지수를 마이너스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구조적으로 가치가 우하향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특히 저가 구간으로 진입하면 호가 단위 문제로 인해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상품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ETF에도 액면병합을 허용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