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 인사이트 경영 <65>] 레고·에어비앤비 위기 탈출 비결은… 혁신, 더 나은 질문서 나와

김민경 IGM인사이트 연구소 소장 2026. 5. 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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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에게 더 빠른 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지금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이다. 혁신은 결국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리더의 입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김민경 IGM인사이트 연구소 소장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국제비즈니스학 석사

오늘날 수많은 조직이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밤낮없이 달리고 있다. 신기술을 도입하고, 조직 구조를 기민하게 개편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마케팅 예산을 쏟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치열한 노력의 결과가 반드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패하는 조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들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틀린 문제’를 ‘너무나 완벽하게’ 푸는 데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이를 가리켜 “조직이 저지르는 가장 심각한 실수는 잘못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질문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리더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역량은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기술이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하는 ‘프레임 전환(reframing)’ 능력이다.레고 ‘숙달의 경험’을 팔다

2003년 세계적인 완구 기업 레고는 60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연간 손실액은 3억달러(약 4440억원)를 넘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30% 급감했다. 당시 경영진은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은 성격이 급하다.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기 때문에 느리고 지루한 블록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고 진단했으며, 이 진단은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였다. 이후 레고는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했다. 어린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의류와 액세서리 사업에 진출했고, 대규모 테마파크를 지었다. 블록 조립 과정은 누구나 쉽게 끝낼 수 있도록 단순하게 바뀌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레고 특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충성 고객은 등을 돌렸다. 레고의 파산은 시간문제였다.

2004년 구원투수로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로프 최고경영자(CEO)가 등판했다. 그는 질문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는데 ‘어떻게 하면 비디오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걸 만들까?’가 아니라 ‘아이에게 놀이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이어 레고는 전통적인 시장조사 방식 대신 인류학적 관찰을 선택했다. 조사팀은 전 세계 어린이 집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그러던 중 독일 한 11세 소년의 방에서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발견했고, 이 발견은 혁신의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소년은 자기 보물 1호로 이 운동화를 꼽으며 “운동화 옆면에 닳은 자국 보이죠? 이건 내가 스케이트보드의 고난도 기술을 마스터하기 위해 수천 번 연습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소년과의 이 짧은 대화는 레고의 모든 전략을 뒤바꿨다. 어린이 고객은 단순히 ‘쉬운 재미’만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고, 인내하며, 마침내 자기 힘으로 정교한 무언가를 완성했을 때 느끼는 ‘숙달(mastery)의 성취감’에 열광한다는 본질을 발견한 것이다. 레고는 블록을 단순화하는 계획을 폐기하고, 오히려 더 작고 정교한 블록과 성인조차 며칠을 매달려야 하는 고난도 패키지로 회귀했다. 질문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레고는 스스로를 ‘엔터테인먼트 회사’ 가 아닌 ‘창의적 숙달을 돕는 도구’로 재정의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우리가 무엇을 팔까’가 아닌 ‘아이가 무엇을 느끼는가’를 고민했을 때 생존의 길이 열렸듯이, 레고의 사례는 모든 문제 정의의 시작점은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라는 것을 증명했다.

에어비앤비 ‘신뢰의 결핍’을 해결하다

비슷한 사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나타났다. 2009년 초 창업 1년 차였던 에어비앤비 또한 레고처럼 폐업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주간 매출은 고작 200달러였고, 성장은 8개월째 정체돼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자는 기술적인 해법에만 매달렸다. ‘웹사이트 코딩에 문제가 있나?’ ‘검색 알고리즘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남기며 그들은 사무실에 앉아 ‘사용자 유입량’이라는 데이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의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수치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을 찾기 위해 직접 뉴욕의 숙소를 방문했다. 소비자로 사이트를 이용하던 그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숙소 사진은 너무 어둡고 조악해 도무지 예약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 뒤로 체스키와 게비아는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하면 웹사이트 방문자를 늘릴 수 있을까?’가 아닌 ‘고객은 왜 남의 집에서 자는 것을 주저하는가’로. 답은 명확했다. 바로 타인의 집에서 자는 일은 ‘신뢰의 결핍’ 상태였다.

곧바로 두 창업자는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뉴욕의 여러 숙소를 돌며 사진을 직접 찍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는데, 사진을 바꾼 것만으로 매출이 일주일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이는 데이터만 들여다보는 리더가 결코 찾아낼 수 없는 ‘현장의 진실’이었다. 그들은 자사 사업의 본질을 ‘숙박 예약 서비스’가 아니라 ‘낯선 이들 사이의 신뢰를 디자인하는 비즈니스’로 재정의했고, 이 프레임의 전환은 공유 경제라는 거대한 산업의 시초가 됐다. 에어비앤비가 알고리즘 대신 카메라를 든 건 데이터는 현상의 결과일 뿐, 현상의 원인이 아님을 직시한 덕분이다. 리더가 보고서 너머의 수치, 소비자의 실제 행동과 감정이 교차하는 구체적인 장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찰하지 않은 문제는 결코 제대로 정의할 수 없다. 혁신은 결국 데이터가 아닌 현장의 진실을 목격한 순간 시작된다.

혁신은 질문의 전환에서 시작

기술이 화려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리더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파산 위기의 레고를 구한 것도, 정체된 에어비앤비를 깨운 것도 파괴적인 신기술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풀고 있는 이 문제가 진짜인가?’ 를 묻는 리더의 용기와 통찰이었다.

지금 당신의 팀이 매달리고 있는 그 과제는 진짜 문제인가. 혹시 익숙한 방식대로 틀린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데 자원을 쏟고 있지는 않은가.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에게 더 빠른 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지금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이다. 결국 혁신은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리더의 입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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