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없는 완벽함은 스포츠가 될 수 있나…로봇 선수의 등장이 던진 질문

로봇이 스포츠 경기장에 들어오고 있다. 농구 코트에서는 자유투를 던지고, 마라톤 코스에서는 인간과 함께 달리며, 탁구장에서는 엘리트 선수를 상대로 랠리를 이어간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한 진보다. 가디언은 지난 2일 “로봇의 스포츠 참여에 대한 질문은 스포츠 본질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감정도, 긴장도, 피로도 느끼지 않는 존재의 경기를 우리는 어디까지 스포츠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엠마 존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최근 잇달아 등장한 ‘로봇 선수’ 현상을 비판적으로 짚었다. 출발점은 일본 프로농구 경기장에서 공개된 도요타의 농구 로봇 ‘큐7’이었다. 이 로봇은 키 218㎝에 바퀴 달린 발과 그물 모양 손을 가진 농구 로봇이다. 팀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움직이며 자유투를 시도했다.

흥미로운 장면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였다. 큐7이 노마크 슛을 놓친 뒤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 모습은 마치 실망한 선수처럼 보였다. 물론 그것은 실제 감정이 아니었다. 로봇은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다. 실패를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최근 로봇 스포츠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하프마라톤에서는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같은 코스를 달렸다. 지난해에는 출발조차 어려워하거나 완주하지 못한 로봇이 많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로봇은 인간 세계기록보다 빠른 기록을 냈다. 소니 인공지능이 공개한 탁구 로봇 ‘에이스’도 엘리트 선수들을 상대로 5경기 중 3경기를 이겼다.
이런 결과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기계가 체스처럼 계산 중심 종목에서만 인간을 앞설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반응 속도, 움직임, 판단이 결합된 신체 스포츠에서도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다만 가디언은 이것이 곧 로봇 스포츠의 흥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볼링머신이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게 공을 던져도 크리켓 팀의 선수로 등록될 수 없다. 체스, 바둑 프로그램이 인간 챔피언을 이긴 뒤에도 컴퓨터는 선수라기보다 훈련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탁구 로봇 역시 대중이 열광할 경기 대상이라기보다, 인간 선수를 돕는 훈련 도구로 더 큰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로봇 축구 대회인 로보컵도 비슷하다. 이 대회는 2050년까지 로봇이 월드컵 우승팀을 꺾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로봇 축구는 아직 인간 축구와 거리가 있다. 로봇들은 느리게 걷고, 공 앞에서 주춤하며, 넘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래도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은 구조 작업, 물류 창고, 산업 자동화 등 사회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가디언은 “인간에게 스포츠는 몸과 의지의 시험이다. 선수는 긴장하고, 지치고, 두려워하고, 실패를 견디며, 승리의 기쁨을 느낀다”며 “관중은 그 감정의 진폭을 함께 따라간다. 스포츠가 단순한 기록 경쟁을 넘어 드라마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로봇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지친 몸을 끌고 마지막 힘을 짜내지도 않는다. 실패 후 자책하지 않고, 성공 후 환희를 느끼지도 않는다. 완벽한 자유투 성공률이나 인간보다 빠른 기록은 인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오래 지속되는 흥미를 만들기 어렵다.
큐7의 슛 실패가 오히려 눈길을 끈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완벽한 성공보다 불완전한 장면이 더 인간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스포츠에서 드라마는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림에서 나온다. 로봇 선수의 등장은 기술의 승리일 수 있지만, 스포츠의 본질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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