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만원 니트, 나한테 사면 9만원” 짝퉁 팔고 잠수타는 인플루언서

강혜진 기자 2026. 5.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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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자 계정 지우고 연락두절
식품 등 허위광고 적발 5배 늘어
지난 3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구' 일정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인플루언서가 업체로부터 물건을 받고 홍보하면 구독자들이 단체 주문한다. 인플루언서가 어떤 물건을 받아오는지에 따라 매달 '공구' 목록이 바뀐다. /인스타그램

“딱 5일 동안만 특가입니다!”

직장인 김세환(29)씨는 지난 1월 4만명이 구독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글을 보고 지갑을 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에게 구매를 신청하면 시가 40만원대 니트를 9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계정 운영자는 “수입 업체에 사정해 겨우 받아온 가격”이라며 제품은 정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씨가 옷을 받아보니 곳곳에 실밥이 터져 있었다. 제품 정보를 담고 있다는 QR 코드는 엉뚱한 사이트로 연결됐다. 한국명품감정원에 의뢰했더니 이 니트는 가품으로 판정받았다. 김씨를 비롯해 니트를 구매한 구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계정은 삭제됐다. 옷을 판매한 업체도 연락이 두절됐다.

소셜미디어에서 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물건을 파는 공동 구매가 유행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진행되는 공동 구매는 인플루언서가 업체에서 상품 홍보를 의뢰받아 구독자를 상대로 주문을 접수한 뒤 공동으로 구매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업체는 인플루언서를 홍보 모델 겸 중개업자로 쓰고, 인플루언서는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구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명세를 앞세운 인플루언서의 허위·과장 광고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세청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주 업종을 ‘SNS 마켓업’으로 신고한 이들의 수입 금액은 2021년 552억원에서 2024년 2140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SNS상 불법 식·의약품 광고 적발 건수는 662건에서 3056건으로 약 5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자를 수만 명 거느린 인플루언서에게는 상품 홍보 요청이 쇄도한다”며 “수수료에만 정신이 팔려 어떤 상품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홍보하는 인플루언서가 적잖다”고 했다.

직장인 최고은(26)씨는 지난 3월 구독자 27만명을 확보한 인플루언서가 홍보한 다이어트 보조제를 공동 구매 방식으로 샀다. 하지만 상품 성분을 보니 단순 영양제였다. 다이어트 효과도 없었다고 한다. 해당 인플루언서는 “사람마다 효능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인플루언서가 상품 사용 후기를 가장한 광고를 하거나 물건 가격을 개인 메시지로만 알려주는 사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소셜미디어 공동 구매를 진행한 업체 수십 곳이 현금 영수증 발급을 장기간 고의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처럼 피해가 잇따르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메타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거래는 판매자의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판매업 신고가 안 된 경우가 많아 분쟁 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유명인이 홍보한다고 물건을 섣불리 구매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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