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국회법 무시한 농협법 졸속 개정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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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안'이 협동조합의 본질을 흔드는 위헌 논란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개혁을 내세운 법안이 헌법이 보장한 농민 자조조직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국회 입법 절차마저 졸속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관치 논란과 휘발성이 강한 조합원 직선제를 담은 5개 '농협법 개정안'을 몽땅 소위원회에 직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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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려 거쳐야
‘농협법 개정안’이 협동조합의 본질을 흔드는 위헌 논란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개혁을 내세운 법안이 헌법이 보장한 농민 자조조직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국회 입법 절차마저 졸속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123조 제5항은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농민이 스스로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든 자조조직인 농협은 독립된 자율적 운영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가진다. 농민의 농협을 만들기 위해 회장을 조합원의 직접 선거로 뽑게 한다면서 그를 감독하기 위해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감사기구를 두겠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봐도 농민의 자조조직에 대한 ‘육성’보다는 ‘통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절차적 측면은 어떤가. 국회는 관치 논란과 휘발성이 강한 조합원 직선제를 담은 5개 ‘농협법 개정안’을 몽땅 소위원회에 직회부했다. 국회법 제58조 제1항과 제3항은 법률안 심사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대체 토론을 거쳐 소위원회에 회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중인 안건과 직접 관련된 안건에 한해 직회부하도록 하는 제4항을 자의적으로 해석,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의 문제점과 당위성 여부를 토론하는 대체 토론을 생략해 졸속 논란을 자초했다.
더욱이 대체 토론을 거쳐야 할 법안을 위원장과 간사 간 ‘합의’가 아니라 ‘협의’를 거쳐 소위원회에 직회부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법안의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시비마저 낳을 수 있다. 이는 농협이 공공성을 지니지만 엄연한 민간 조직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10년이 넘도록 농협과 충분하게 협의하면서 개혁 작업을 진행한 일본 사례와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입법은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숫자가 왕도는 아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려 없이 속도만을 앞세운 입법은 졸속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졸속은 정치적 공방을 떠나 법률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결함이다. 이번 ‘농협법’ 개정은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문제다. 헌법 가치를 거스르고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농협법’ 개정은 개혁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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