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만화경] 기쁨 뒤의 슬픔까지 아름다운 마음

관리자 2026. 5.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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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苦盡甘來). 우리는 주로 슬픔 뒤에 기쁨이 온다고 배웠다.

하지만 악뮤(AKMU·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곡에서 '슬픔 뒤의 기쁨'이 아니라 '기쁨 뒤의 슬픔'을 노래한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그러니 슬픔은 그저 나쁜 것이 아니라 기쁨을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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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 ‘개화’
악뮤 4집 앨범 ‘개화’. 2026년. 영감의샘터

고진감래(苦盡甘來). 우리는 주로 슬픔 뒤에 기쁨이 온다고 배웠다. 그래서 힘든 건 견뎌내야 하는 것이고, 결국 이겨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됐다. 그래야 그 뒤에 기쁨을 맞이할 수 있으니. 하지만 악뮤(AKMU·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곡에서 ‘슬픔 뒤의 기쁨’이 아니라 ‘기쁨 뒤의 슬픔’을 노래한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그러니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라고.

이찬혁이 이렇게 노래한 건, 슬픔이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해보니 기쁨의 소중함에서라는 깨달음 때문이란다. 그러니 슬픔은 그저 나쁜 것이 아니라 기쁨을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삶의 역설을 담은 철학에 가깝다. 서로 반대 위치에 있는 개념이 사실은 서로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 빛과 그림자, 기쁨과 슬픔 ….

이 노래는 2년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려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렸던 동생 이수현을 위해 오빠 이찬혁이 쓴 곡으로도 감동을 주지만, 현시대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보여주는 양상의 정반대 흐름이라는 점에서도 울림이 크다. 너무 많은 자극이 쏟아져나오는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가 아닌가. 콘텐츠의 메시지나 완성도, 미학적인 성취가 아니라 그저 고구마와 사이다로 나눠버리고, 사이다가 아니면 고구마라며 외면하는 시대, 이 노래는 뾰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수현의 목소리로 낮고 조용하게 노래한다. 그것도 기쁨이 아닌 슬픔의 아름다움을.

이번에 낸 앨범 ‘개화’에 담긴 노래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는 케이팝(K-Pop·한국음악) 아이돌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저마다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나온 일단의 청춘들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박자에 맞춰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간단한 춤을 춘다.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도 없고, 화려함도 없지만 이들은 모두 행복한 얼굴이다. 이들은 자기 색깔대로의 행복으로 낙원을 꿈꾼다. 누군가 비웃으면 더 힘을 내고, 터질까 전전긍긍하던 물집을 터트리고, 도시를 떠나 느리게 오래 걸어가려 한다고 노래한다. 도시의 자극과 경쟁이라는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이라면 어깨의 힘을 빼고 천천히 움직이며 행복한 저들의 낙원에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슬픔을 버리고 기쁨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햇볕 뒤의 그늘, 웃음 뒤의 눈물처럼, 기쁨만큼 슬픔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비로소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이건 삶의 이야기면서 콘텐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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