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더기-장독’ 언급 나온 현장학습… 교사 96% “업무부담” 부정적

김민지 기자 2026. 5. 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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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학교의 소풍, 수학여행 축소 움직임을 두고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초등 교사 10명 중 9명은 현장체험학습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의정부시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26)는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에서 자녀 안전이 걱정된다며 현장에 따라오거나 중간에 학생을 찾으러 온 학부모도 있었다"며 "학부모 민원이 끊이지 않아 제대로 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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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노조 2만명 설문조사
절반이 “안전사고땐 법적책임 불안”
“사고땐 면책권 보장해야” 93% 응답
올해 서울 초중고 31%만 현장학습… 정부, 교사부담 완화案 이달말 마련
봄 소풍기간인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가득 차 있다. 2024.05.23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학교의 소풍, 수학여행 축소 움직임을 두고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초등 교사 10명 중 9명은 현장체험학습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사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짊어져야 할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초등교사노조는 전국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3일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설문조사에 초등 교사 2만1918명이 참여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매우 이례적인 응답률”이라며 “그만큼 학교 현장의 고충과 정부 인식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 초등 교사 90%, 체험학습에 “매우 부정적”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5%는 현장체험학습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5.7%는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통이나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체험학습을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복수 응답)으로 교사 49.8%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부모 민원(37.0%), 장소 선정 및 정산 등 과도한 행정 업무(12.4%)가 뒤를 이었다.

또 교사 10명 중 9명(92.5%)은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사고 발생 시 교사의 면책권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 장치 마련’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했지만, 교사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법적인 보호를 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갔던 초등 6학년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으로 인솔 교사가 1,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 사건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교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대책을 내놨지만 버스 운전사 음주 측정, 타이어 안전 점검 등도 모두 교사에게 맡기는 실효성 없는 매뉴얼뿐이었다”고 했다.

● 서울 초중고 17%만 수학여행

이런 상황에서 올해 소풍, 수학여행 등을 추진하는 학교는 더 줄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는 서울 초중고교는 전체 1331곳 중 407곳(31%)으로 2024년(984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학여행을 가는 초중고교는 231곳(17%)뿐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을 교내와 교외 중 한 곳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학부모들에게 설문했지만, 올해는 ‘교내 실시 희망 여부’만 물어 진행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의정부시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26)는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에서 자녀 안전이 걱정된다며 현장에 따라오거나 중간에 학생을 찾으러 온 학부모도 있었다”며 “학부모 민원이 끊이지 않아 제대로 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교사 한 명이 20명 이상을 인솔하는데 사진을 찍어도 누구 하나 빠지지 않게 나와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교사 혼자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의 책임을 덜어주고 업무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소풍과 수학여행은 중요한 교육 중 하나인데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며 “과도한 책임과 학부모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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