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마약왕인가…박왕열 수사, '윗선 공급망' 겨눈다

이상무 2026. 5. 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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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서 좌지우지, '마약왕' 된 박왕열
물량 댄 윗선? 수사 대상 오른 '청담사장'
박왕열 정점론 흔들…구도 재편 가능성
'마약왕' 박왕열에게 필로폰 등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청담사장' 최모씨가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누가 '진짜 마약왕'인가.

마약왕 박왕열(48)에게 마약을 공급한 인물로 지목된 또 다른 마약왕 '청담사장' 최모(51)씨가 붙잡히면서 '박왕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국내에 마약을 대량 유통하는 대범한 행각으로 마약왕이라 불렸지만, 경찰은 박왕열 배후에 '상선'이 있으며 그 상선이 최씨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씨에 대한 수사는 박왕열을 정점으로 봤던 마약 유통 구조를 다시 그리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망 좌지우지…'마약왕' 별칭 붙은 박왕열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이 3월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뉴스1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왕열이 마약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국내 마약 유통망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박왕열 일당은 해외에서 확보한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국제택배나 인편을 통해 국내로 들여온 뒤 퀵서비스, 고속버스 수하물 등을 이용해 중간판매책에 넘겼다. 국내 조직원들은 서울과 경기, 충청, 경상권 등 전국 곳곳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팔았다. 던지기는 판매자가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텔레그램은 광고, 주문, 결제, 전달 지시가 이뤄지는 비대면 거래 창구로 활용됐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박왕열은 교도소 안에서 휴대폰과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 밀수·판매 조직을 지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마약류관리법 위반)로 3월 말 송환돼 최근 구속기소됐다. 박왕열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필리핀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필로폰 4.8㎏을 국내로 들여오고, 그중 일부를 판매·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왕열에 마약 댄 '출처'에 집중한 경찰

그래픽=박종범 기자

최근 경찰 수사는 박왕열이 밀반입한 마약의 '출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찰은 박왕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왕열이 직접 모든 마약을 조달한 것이 아니라 '청담사장' 최씨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은 단서를 잡았다. 최씨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마약을 유통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텔레그램에서 '청담' '청담사장'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경찰은 최씨가 2019년쯤부터 필로폰 등 마약류 약 22㎏, 시가 100억 원에 상당하는 물량을 국내에 밀반입하거나 유통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2018년 이후 공식 출국 기록이 없었지만, 경찰은 그가 태국에 체류 중이라는 첩보를 확보해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에 나섰다. 양국 경찰은 최씨가 방콕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떨어진 사뭇쁘라깐주(州) 고급주택 단지에 은신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현지에서 3일간 합동 잠복 끝에 지난달 10일 최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했다. 최씨는 1일 한국으로 소환돼 3일 구속됐다. 경찰은 태국 경찰로부터 검거 당시 확보한 타인 명의 위조 여권과 전자기기 등을 넘겨받아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핵심 공급책 '청담사장', 윗선으로 부상

'마약왕'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청담사장' 최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3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수원=뉴시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박왕열이 아닌 최씨를 중심으로 사건이 재구성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박왕열은 국내 텔레그램 마약 유통망을 지휘한 '최정점'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최씨가 박왕열의 윗선으로 확인될 경우, 기존 구도의 꼭짓점에 '핵심 공급책'이 추가된다. 실제로 경찰의 후속 수사도 최씨와 박왕열의 공모 관계, 최씨와 국내 유통망의 연결고리, 필로폰 밀반입 경로 파악에 집중돼 있다. 최씨 주변에 '마약 제조책'이 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씨가 핵심 공급책이라면 최씨로부터 마약을 받아간 마약상이 박왕열 외에 여럿 더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 수사는 국제 마약 네트워크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경찰은 박왕열의 조카 A씨(활동명 '흰수염고래')를 비롯해 박왕열의 공범인 3개 마약 조직 총책을 확인하고 국내 송환을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숨어 있는 마약 범죄자라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다는 기조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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