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판, 대통령 손으로 없앤다?...조작기소 특검법에 "누구도 자기 재판관 될 수 없어"

위용성 2026. 5.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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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첩받아와 '공소유지 여부' 결정
민주당, 檢 진술 회유·압박 문제 삼더니
특검법엔 '협력 시 형 감경·면제' 조항도
영장전담법관 등도 독소조항으로 지목
"정치권력이 특검에 '재판 없애기' 하명"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윤석열 정부 조작 수사·기소 의혹 특별검사법안을 두고 학계와 법조계의 비판이 거세다. 사실상 제한 없는 재판 이첩권한, 영장전담법관 지정 등 독소조항을 근거로 "명백한 위헌 특검"이라는 게 다수의 평가. 여기에 재판 중인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넘겨받아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한 점을 꼬집어 "전례 없는 위인설법(특정인을 위해 만든 법)"이라고 지적한다.

3일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 내용을 보면, 특검의 수사 대상은 대장동 개발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등 국정조사에서 다룬 7개 사건에 공직선거법 위반(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5개 사건을 추가하면서 모두 12개 사건에 달한다. 여기에 △야당 대표 제거 등을 위해 검찰 인력을 동원해 검찰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 △관련 증거를 조작·인멸·은닉했다는 의혹 △각종 고소·고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까지 적시, '별건 수사'의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놨다.

핵심은 특검법 8조다. 이 조항에 따라 특검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소유지(재판)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요구를 받은 기관장은 이를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아도 15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첩되도록 했다. 여기에 특검의 공소유지 업무에는 '공소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도 포함된다. 현재 검찰이 공소 유지 중인,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법안은 또한 공소유지 검사가 특검의 결정에 반발하거나 따르지 않으면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자리에는 특검팀 소속 변호사를 투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사실상 '이 대통령 재판 막아내기' 특검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특검법에 나열된 대장동, 대북송금, 성남FC 제3자 뇌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대부분은 1심에서 재판이 중단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법상 공소취소는 1심 선고 전까지 가능하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가능성은 국정조사 때부터 제기돼 왔다. 국정조사에서 민주당은 줄기차게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배제됐거나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정치가 사법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끝나자 곧바로 특검법을 들고나왔는데, 발의에 참여한 이건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으로서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의원모임 설립도 주도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조작기소가 이뤄졌다면 해당 재판부에서 판단해 무죄판결을 내리면 되는 일"이라며 "특검을 통한 재판 개입은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부 독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자 민주주의·법치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검법 13조 영장전담법관 보임 규정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에 법관 1명 이상을 두고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전담해 맡으라는 의미다. 장승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전담 법관을 지정해 일반사건과 달리 취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여론과 사법부 압박을 통해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특검법에는 또한 자수하거나 타인의 죄를 고발하면 형을 감경·면제해줄 수 있는 조항도 들어갔다. 수사과정에서 특검에 협력해 필요한 진술을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대장동·대북송금 사건 등에서 "검찰의 반복적 진술 회유·압박이 조작기소의 근거"라고 주장해온 민주당이 도리어 플리바게닝(형량 거래) 조항을 특검법에 넣은 것이다.

이번 특검법을 계기로 특검이라는 제도가 완전히 형해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수사기관이 하기 힘든 정부여당이나 인사권자 등 '살아 있는 권력' 단죄 목적으로 여야 합의로 출범했던 게 과거의 특검이다. 하지만 이번 특검법은 온전히 살아있는 권력을 위해 가동되는 특검이라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지적이다. 차 교수는 "정치 권력이 특검을 통해 광범위한 수사권을 행사하고 공소취소를 하명하려는 것"이라며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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