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그릇만을 위한 투쟁… 노동운동의 종말

김아사 기자 2026. 5. 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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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연대·평등 추구 사라지고
억대 연봉자 이익 극대화 나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파업’
협력업체 피해는 고려 안 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약 45조원)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연일 총파업 압박에 나서는 가운데, 최근 홈플러스 노조는 “월급을 포기할 테니 그 돈을 회사 정상화에 써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평균 연봉이 1억6000만원인 노조에선 1인당 최대 7억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사내 다른 노동자들과 노노(勞勞) 갈등도 마다하지 않는데, 평균 연봉 3000~4000만원 선인 다른 노조에선 “월급은 피와 땀의 결정체지만 회사가 무너지면 의미가 없다”며 뼈와 살을 깎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평등’과 ‘연대’를 내세우던 70~90년대 ‘노동운동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란 해석이 나온다. 과거 노동운동은 다수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보편적 운동을 지향했는데, 이제는 특정 집단의 이익 극대화만 내세우는 불평등 운동으로 변질되며 노동 시장 이중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노동 시장은 고용 안정과 높은 임금 혜택을 누리는 대기업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월 발표한 ‘2024년 임금 근로자 일자리 소득’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이 1년 전보다 20만원 증가할 때, 중소기업 근로자는 9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간제 근로자, 단기 계약 근로자 등을 뜻하는 ‘임시직 근로자’ 비율(26.9%)은 갈수록 높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2%)의 두 배 이상이다.

노동 시장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약자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올리는 데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노조가 사측에 무기로 꺼낸 파업은 협력 업체 등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끼치는데, 이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대기업 성과는 세액공제 혜택, 전기 요금 인하 등 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여러 협력사가 해당 산업의 생태계를 뒷받침해 만들어 낸 것”이라며 “독점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끼리끼리 먹자판 잔치와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 솔직히 불편하다”며 “왜 여러분의 협상 테이블에는 삼성전자가 엄청난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한 협력업체,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는 없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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