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선거 못해”… 공화당 종전 요구 커진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5. 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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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장기화·유가 급등에 민심 악화
의원들 전쟁 중단 결의안에 찬성표
트럼프는 이란 해상 봉쇄 자랑하며
“화물·석유 압수… 우린 해적 같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1일(현지 시각)로 발발 60일을 맞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집권 여당 공화당의 기류가 점차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군사 작전을 공식 통보한 이후, 의회 승인 없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60일의 법정 시한이 이날 도래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6개월 앞둔 공화당 내부에서 명확한 출구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국내 유가와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여론도 악화되는 흐름이다. 워싱턴포스트(WP)-ABC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45%에서 지난 4월 말에는 37%까지 하락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지난해 2월 갤런당 3.1달러에서 최근 4.43달러로 급등하며 체감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향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전쟁 예산 승인 요청까지 예상되자 그동안 트럼프에게 사실상 맡겨왔던 ‘전쟁 백지수표’를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휴전 중이니 ‘60일 시한’ 남았다?

공화당 핵심 인사들은 잇따라 출구 전략과 의회의 통제권 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선 도전을 앞둔 수전 콜린스(메인주)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전쟁 중단 결의안에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지며 “60일 시한은 제안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라면서 “분쟁 종식을 위한 명확한 임무와 달성 가능한 목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존 커티스(유타주) 상원의원도 “무력 사용 후 60일 이후에는 의회의 공식 승인이 없다면 군사 행동이 축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본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군사 작전 성공 기준과 철수 기준 등을 묻는 표결 추진을 예고하며 “긴급 상황에서 대통령의 재량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재와 같은 장기 군사 작전은 그 범위를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압박에 트럼프는 이란과의 적대 행위가 이미 종결됐다는 주장을 펴며 전쟁권한법의 60일 규정을 우회하려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과 척 그래슬리 상원 임시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적대 행위가 종결됐다”며 “이란 정권에 대한 미국의 작전 성공과 지속적인 평화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가하는 위협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썼다. 지난달 초부터 이어지는 불안정한 휴전을 근거로 무력 행사 제한 시계가 멈췄다는 논리다. 그러나 토드 영(인디애나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휴전이 유지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휴전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박했다.

트럼프는 취재진과의 만남에서도 전쟁권한법에 대해 “모든 다른 대통령들이 이것을 완전히 위헌이라고 여겼고, 우리도 동의한다”며 “이 법은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왜 우리가 예외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1년 리비아 군사 개입 당시 미군의 작전이 전쟁권한법상 ‘적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60일 기한 규정을 우회한 전례가 있다.

◇이란 봉쇄 자랑하며 “우리는 해적 같아”

당내에서 출구 전략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는 이란 해상 봉쇄 조치와 관련해 ‘해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파키스탄에서의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후 미군은 이란 항만 봉쇄에 나섰고, 이를 우회하려던 선박들을 잇따라 나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법상 전쟁 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트럼프는 1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이 같은 조치를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청중의 환호 속에서 “우리는 선박을 장악했고 화물과 석유를 모두 압수했다”며 “매우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고 발언했다. 나아가 “우리는 해적과 같다. 어느 정도 해적 같지만 장난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해상 봉쇄와 선박 나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이란의 주장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헤그세스 장관은 “필요한 만큼 봉쇄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댄 케인 합참의장 역시 “모든 선박에 봉쇄 조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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