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멕시코 공격수 다 부숴버리고 싶다”
<1> 수비의 핵 김민재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다음 달 11일 개막한다. A조에서 체코·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맞붙는 한국은 조별 리그 통과를 넘어 16강 진출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한창인 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매 시즌 이맘때면 너무 힘들어서 ‘퍼진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는데, 올 시즌엔 처음으로 컨디션이 거꾸로 올라오는 기분입니다.”
지난달 26일(한국 시각) 독일 마인츠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마인츠의 분데스리가 31라운드. 전반 3골을 먼저 허용한 뮌헨은 후반 4골을 몰아쳐 짜릿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를 만났다. 그는 여느 시즌과 달리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가 배출한 세계적인 중앙 수비수다. 2023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최우수 수비수의 영광을 차지하며 나폴리에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안겼고, 현재는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3시즌째 활약하고 있다. 화려한 클럽 이력을 뽐내지만, 월드컵 무대에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8년 5월 K리그 경기 도중 종아리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러시아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 잔부상에 시달린 채 나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결국 종아리 상태가 악화돼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전에 결장했다.

◇“컨디션, 거꾸로 올라오는 중”
이번엔 다르다. 뱅상 콩파니 뮌헨 감독의 로테이션 전략이 월드컵을 앞둔 김민재와 홍명보호에 오히려 청신호가 되고 있다. 2023-24시즌 바이어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요나탄 타가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올 시즌 뮌헨의 중앙 수비는 주로 타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맡고 있다.
“사실, 주전은 아니잖아요”라며 쑥스럽게 웃은 김민재는 “팀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이 조금 더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도 괜찮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벤치만 달구지는 않는다.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미 확정한 뮌헨이 DFB포칼(독일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석권을 의미하는 ‘트레블’에 도전하면서 김민재는 빡빡한 일정 속에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며 경기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비록 챔피언스리그 4강전 등 빅매치에는 결장할 때가 잦지만, 3일 하이덴하임전(3대3 무승부)까지 분데스리가에서 최근 6경기 연속 선발로 뛰는 등 올 시즌 총 35경기(22경기 선발 출전)에 나섰다.
그는 “뮌헨의 축구는 센터백도 평균 11㎞ 정도를 뛰어야 한다”며 “스프린트가 많아 체력 소모가 큰 편인데, 이런 부담에 월드컵 일정까지 고려하면 매 경기 주전이 아닌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나폴리 시절 1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한 뒤 부상을 안은 채 ‘방전’ 상태로 나섰던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비교적 ‘충전’된 컨디션으로 본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상 방지다. 김민재는 “떨어지는 낙엽이 아니라 떨어지는 빗방울도 조심해야 할 때”라며 웃었다.
◇ “날 믿고 나가라”
홍명보호는 지난 3월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코트디부아르에 0대4, 오스트리아에 0대1로 연달아 패했다. 특히 홍 감독이 내세운 스리백 수비에 비판이 쏟아졌다. 뮌헨에서 포백 전형을 주로 소화하는 김민재는 “개인적으로 포백과 스리백을 병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며 “(스리백의 경우) 아직은 후배들이 다소 혼란을 느낄 때가 있지만, 월드컵을 앞둔 훈련 기간 충분히 호흡을 맞추고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나간다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이 스리백을 가동할 때 가운데에서 스위퍼 역할을 주로 맡는 김민재는 자신의 양옆에 서는 이한범(24·미트윌란), 김주성(26·히로시마) 등 후배들에게 과감히 앞으로 나가라고 주문한다. 그는 “후배들이 더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뛸 수 있게 내가 확실히 뒤를 커버하고 지켜준다는 메시지를 주려 한다”고 했다.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김영권, 이정수 등 센터백들이 득점하는 장면을 종종 연출했다. 골 욕심이 나느냐는 질문에 김민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가 골을 넣고 비기는 것보다는 1대0 무실점 승리를 거두는 것이 훨씬 좋다”고 했다.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 의지도 크다. “아시아 수비수가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공격수들을 부숴 버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팬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한 경기 한 경기 치를수록 실망했던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자신 있으니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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