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다시 ‘빗 잇’ 열풍이 분다

백수진 기자 2026. 5. 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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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영화 ‘마이클’ 13일 국내 개봉
세계 곳곳 극장마다 빨간 재킷·떼창
무대 장면 화려한 반면 서사는 밋밋
1984년 형제들과 함께 한 잭슨스 빅토리 투어 무대를 재현한 장면. 당시 마이클 잭슨이 입었던 의상은 물론, 무대 구성까지 그대로 되살렸다. /유니버설 픽쳐스

세계가 마이클 잭슨의 음악으로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의 극장에선 빨간 가죽 재킷을 입은 팬들이 춤을 추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 남아 떼창을 이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폭력에 맞서는 메시지를 담았던 ‘빗 잇(Beat it·1983년 싱글)’과 ‘배드(Bad·1987)’도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13일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지난달 24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2018)를 제치고 음악 전기 영화 사상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고, 약 열흘 만에 전 세계에서 4억2482만달러(약 6200억원)를 벌어들이며 흥행 질주 중이다.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는 잭슨의 어린 시절부터 1980년대 후반 ‘Bad’ 월드 투어 무렵까지를 다룬다.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끌려다녔던 천재 소년이 가족의 그늘을 벗어나 세계적인 수퍼스타로 홀로 서는 과정을 그렸다. 마이클의 조카이자, 저메인 잭슨의 아들인 자파 잭슨이 2년간의 혹독한 연습 끝에 마이클의 목소리와 몸짓, 고난도 안무까지 성공적으로 재현해 냈다.

최고급 재료로 만든 냉동식품 같은 영화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훌륭한 재료를 이렇게 무난하게 요리했다는 게 괘씸하긴 하지만, 실패 없는 익숙한 맛으로 관객의 허기를 채운다. ‘빌리 진’ ‘스릴러’ 등 명곡이 이어지는 동안엔 밋밋한 스토리도 잠시 잊게 된다. 뮤직비디오 연출로 이름을 날렸던 안톤 후쿠아 감독은 강한 비트와 정교한 안무가 맞물리며 터지는 마이클 잭슨 무대 특유의 쾌감을 제대로 살려낸다.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문제는 무대 밖의 마이클이다. 영화 속 그는 마냥 순수하고 선한 청년으로만 그려진다. 학대받은 어린 시절, 백반증, 코 성형 수술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굵직한 사건들이 차례로 나열된다. 그러나 그 상처가 마이클의 내면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그의 음악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해석은 보이지 않는다. 좋은 전기 영화는 화려한 영광뿐 아니라 한 인간의 결핍과 모순, 균열을 파고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불편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팬덤이 보고 싶어 하는 마이클 잭슨을 되살리는 데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은 일어섰다”는 식의 아동용 위인전을 보는 듯 싱겁다.

평단과 관객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관객 지수는 97%로 폭발적이었지만, 평론가 추천 지수는 38%로 매우 낮았다.

영화 '마이클' /유니버설 픽쳐스

피치 못할 사정은 있었다. 초기 촬영분에선 마이클의 말년과 아동 성추행 의혹까지 다루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3년 그를 성적 학대 혐의로 고소했던 조던 챈들러와의 합의 조건상, 챈들러를 영화에서 언급할 수 없다는 문제가 뒤늦게 드러났다. 결국 상당 분량이 폐기되고 대규모 재촬영이 이뤄지면서 개봉도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영화의 방향도 달라졌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던 마이클이 마침내 홀로 서는 이야기로 바뀐 것이다. 아버지와의 갈등이 중심축이 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동어 반복처럼 느껴지며 힘이 빠진다.

엔딩에는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문구가 뜨며 속편 가능성을 열어뒀다. 영화가 멈춘 1988년 이후 마이클 잭슨의 삶은 더욱 파란만장해진다. 아동 성추행 의혹, 약물 의존, 비극적 죽음을 속편에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개봉을 앞두고 잭슨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또 다른 소송도 제기됐다. 잭슨은 생전 모든 의혹을 부인했고, 2005년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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