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깎고, 이주비 전액 지원… 강남 재건축 수주 ‘금융 전쟁’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시공사의 재무력을 총동원한 ‘금융 지원’이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부상했다. 공사비 폭등과 대출 규제로 조합원의 분담금 공포가 커지자, 건설사들이 ‘마이너스 금리’와 ‘이주비 전액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로 수주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서초구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이다. 현재 서울의 경우 이주비 대출은 LTV 40%로 제한되지만, 삼성물산은 은행 대출 외 부족분 전액을 시공사 대여금으로 충당해 담보 가치의 100%까지 이주비를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 포스코는 이에 맞서 재건축 조합이 시중 금리보다 낮게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너스 금리’ 조건을 내걸었다. CD금리(현재 약 2.8%)에서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1%포인트를 뺀 1.8%의 초저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도 ‘사업비 전체 한도 없는 최저 금리 조달’을 약속하면서 맞불을 놨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5구역에서는 ‘가격 파괴’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DL이앤씨가 조합이 제시한 예정가보다 3.3㎡당 약 100만원 낮은 1139만원의 공사비를 확정 제안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제 살 깎기 경쟁은 ‘선별 수주’ 전략이다. 고비용 구조 속 사업성이 불투명한 입지는 외면하되, 상징성과 수익성이 보장된 강남권 사업은 어떻게든 따내려는 계산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는 결국 분담금”이라며 “건설사들의 제안은 표심을 흔드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격 제안엔 리스크도 뒤따른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가 금융기관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서초구청도 신반포 19·25차의 마이너스 금리 제안에 대해 ‘조합 판단에 맡기되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경고한다. 건설사가 부담한 비용을 향후 공사비 증액이나 자재 변경 등을 통해 결국 조합원에게 다시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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