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임차인 3개월 해지권 제한하면 특약 무효

서정혜 기자 2026. 5.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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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n개월 전 통보’ 특약, 무효 가능성 높아
▲ 성창우 변호사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
집주인과 세입자가 마주 앉아 계약서를 쓸 때, 가장 흔히 오가는 대화 중 하나가 '나갈 때는 미리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라는 말이다. 계약서 하단에 적힌 '퇴거 시 6개월 전에 통보할 것' '미통보 시 동일 기간 자동 연장' 같은 문구들은 임차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곤 한다.

부산지방법원 사건을 보면, 당사자는 '계약만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 연장, 퇴실 여부를 통보한다'는 특약을 맺었다.

임차인은 만기 다음날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임대인은 1개월 전 통지 없었으므로 계약이 1년 연장돼 만기일까지의 차임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됐다면, 임차인은 언제든 나간다고 말할 수 있고 그로부터 3개월 뒤면 효력이 발생한다.

'묵시적 갱신 후 임차인의 해지권'은 이른바 강행규정이다. 특약으로 '6개월 전에 말 안 하면 무조건 2년 연장이다' 혹은 '1개월 전 통보' '2개월 전 통보' 등 합의가 있더라도 그것이 임차인의 묵시 갱신 후 3개월 해지권을 배제하는 취지의 특약이라면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상기 부산지방법원 사례에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3개월 해지권을 제한하는 특약을 무효로 보았다.

수원지방법원도 유사 사례가 있다. '임차인은 만기 2개월 전 재계약 여부를 통보하기로 하고, 미통보 시 동일 기간 재연장으로 본다'라고 약정했고, 임차인은 만기 1개월 전 해지 통보했다.

임대인은 2개월 전 통지가 없었으므로 계약은 2년 연장됐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법원은 해당 특약이 임차인의 3개월 해지권을 배제하는 내용이라면 법 취지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광주지방법원 사건은 '임차인은 계약만료 또는 퇴거 시 최소 6개월 전에 임대인에게 통보한다'는 특약을 맺었고, 임차인은 만기 10일 전 임대인에게 해지 통보했다. 임대인은 6개월 전이 아니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임대인의 해석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묵시적 갱신뿐만 아니라 최근 자주 쟁점이 되는 갱신 요구권에 의해 갱신된 계약에서도 임차인에게는 3개월 해지권이 있다.

이러한 임차인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특약 역시 '이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라는 주택임대차법 제10조의 편면적 강행규정에 반하는 내용이면 무효가 될 수 있다.

물론 임대인으로서는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가 당혹스러울 수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보증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합리적인 '기다림의 시간'을 법은 이미 3개월로 설정해 두었다.

이 기간을 임의로 늘리거나 임차인의 퇴로를 아예 차단하려는 시도는 강행규정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다.

성창우 변호사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