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이날에 묻는 울산의 ‘보이지 않는 아이’

경상일보 2026. 5. 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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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아이를 축하하는 날이지만, 올해는 다른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행정의 눈에 잡히지 않는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부가 의료 이용 기록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약 5만8000명을 전수조사하기로 한 것도 이 물음에서 출발했다. 최근 잇단 영유아 학대 사망 사건은 신고를 기다리는 방식만으로는 가장 어린 아이들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울산지역 조사대상은 약 1100명으로 파악된다. 병원 진료, 영유아 건강검진, 예방접종 기록이 없거나 현저히 부족한 아동들이다. 이 연령대에서 의료 이용 이력이 거의 없다는 것은 단순한 생활방식의 차이를 넘어, 행정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을 뜻한다. 아동학대 신고와 학대판단 사례가 매년 반복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 대상 아동 가운데 일부는 애초에 통계에도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는 그 사각지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시도다.

다만 범위를 넓힌 만큼 접근은 더 정교해야 한다. 의료 이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가정을 위험군으로 보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해외 체류나 양육방식의 차이 등 정상적인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커지고 정책 신뢰도는 떨어진다. 반대로 확인이 형식에 그치면 가장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된다. 조사 범위 확대에 걸맞은 선별기준과 현장대응이 함께 보완돼야 한다.

현장의 부담도 적지 않다. 울산에서는 구·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이 함께 가정방문을 진행한다. 이미 복지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1000건에 달하는 방문을 수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정에 쫓긴 점검으로 흐르면 전수조사의 의미는 반감된다. 인력과 시간에 대한 보완 없이 결과만 요구하는 방식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조사 이후다. 확인된 아동을 의료·보육·복지체계로 연결하지 못하면 전수조사는 일회성 점검에 머문다. 맞벌이와 교대근무가 많은 울산의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돌봄 공백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를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관리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

어린이날의 의미는 행사로 완성되지 않는다. 행정이 확인하지 못한 아이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 울산을 포함한 전국 5만8000명이라는 숫자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아이들의 규모를 보여준다. 그 숫자를 줄이는 일, 그것이 어린이날 던지는 가장 현실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