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앞두고 패밀리랜드 가보니…“낡았어도 우리 아이 꿈터”
비 오는 연휴에도 방문객 이어져
노후화·안전 우려에도 '존치' 목소리
“행정통합 걸맞은 지원·개선 절실”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오후에 찾은 광주 북구 우치공원 내 패밀리랜드.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패밀리 열차'에 몸을 싣고 입구로 향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5월 가정의 달과 어린이날 황금연휴를 맞아 이곳은 자녀의 손을 잡고 나선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최신식 테마파크와는 결이 다른, 조금은 빛바랜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보다 붐비는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회전목마와 미니기차, 바이킹 등 주요 놀이기구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본 시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페인트가 벗겨져 색이 바랜 놀이기구와 일부 훼손된 장식물, 낡은 벤치와 녹슨 난간 등은 노후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방문객들은 이 공간에서 '불편함'보다 '추억'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아빠 어렸을 때도 이 놀이기구가 그대로 있었어. 여기서 사진 찍었던 기억이 생생하네."
유치원생 자녀와 함께 온 문석민(36)씨는 놀이기구 '스타워즈'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문씨는 "20여년 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던 곳인데 지금은 손님이 줄어 쓸쓸한 감도 있다"면서도 "시설이 낡은 건 사실이지만 이곳만이 가진 독특한 정서가 있다. 아이들에게 내 어린 시절을 공유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분위기 한편에는 지역 유일의 놀이 시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했다. 패밀리랜드가 오는 6월 위탁 운영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연휴 이후 신규 운영자 공모에 나설 계획이지만, 적정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운영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탁 운영사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우치공원 활성화 사업에 대한 대규모 민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현재의 노후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며 '땜질식 수리'만 반복해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은 상황은 부모들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수미(43)씨는 "놀이기구다 보니 시설이 낡으면 안전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광주에 사실상 하나뿐인 놀이시설인데 교통도 불편하고 시설 개선이 더딘 점은 아쉽다. 시설이 제대로 정비된다면 아이들과 훨씬 더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본 패밀리랜드는 '추억'이라는 이름만으로 버티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안전과 편의시설 전반에서 개선 요구가 높았고, 이는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라 지역민의 여가 복지 수준과도 맞닿아 있는 과제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시선은 '폐쇄'가 아닌 '유지와 개선'에 쏠려 있었다. 수도권에 비해 대형 놀이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여건 속에서, 패밀리랜드의 공백은 곧바로 아이들의 '놀이 공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방문한 장복음(38)씨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아이들과 시간을 내 찾았다"며 "광주·전남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올 만한 놀이시설이 사실상 여기뿐인데, 이대로 사라진다면 대체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