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AI 기본법 너머, 일자리 소멸에 국가가 답할 차례
중년도 경쟁력 약해져
광범위한 고통 대비해야
AI 발전 속도에 맞춰
사람의 역할 재설계 시급
국정 맨 앞자리에 놓자

어지러운 시기다. 장기화되어 가는 미국·이란 전쟁, 한 달도 남지 않은 6·3 선거, 집값을 잡으려는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까지, 국민 입장에서 어느 하나 눈을 뗄 수 없는 일들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 그 어떤 일도 한 가지 변수의 무게를 넘지 못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AI의 발전 속도다.
이 충격은 역설적으로 실리콘밸리의 AI 개발자들에게 가장 먼저 닥쳤다. 최근 그곳의 공기는 ‘클로드 블루(Claude Blue)’라는 우울로 가득하다고 전해진다. 첨단 AI 벤처기업 앤스로픽이 개발한 인공지능인 클로드가 너무도 빠르게 일을 잘하는 데서 오는 개발자들의 허탈감이다. 최근 존재가 드러난 차세대 AI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의 경우 그 능력이 위험할 만큼 뛰어나 일반인 대상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에서는 사람이 자연어로 대화하듯 지시하면 AI가 스스로 알아서 코딩을 수행하는 ‘바이브 코딩’이 자리 잡아 하루에 1만 줄짜리 코드를 짜고, 유명 경제전문지 포춘에서는 한 명의 기자가 AI의 힘을 빌려 6개월간 600건의 기사를 쓰고 전체 트래픽의 20%를 감당했다고 한다.
최근 이런 사례는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다. 전방위적인 일자리 소멸과 대량 실직의 예고다. 이 맥락에서 올해 초, 미 상원 노동위 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은 AI가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1억개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론도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여러 자리에서 AI가 건설과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오히려 늘릴 것이라 말해 왔다. 예일대 예산연구소(The Budget Lab)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에서 대규모 AI 실직은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다. 노동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인 MIT의 데이비드 오터 교수는 “일자리의 형태가 바뀔 뿐 총량은 결국 회복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의 기술 충격이 일부 직업군만 건드렸던 것과 달리 AI는 개발자, 사무직 종사자, 육체노동자, 심지어 창작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의 분석(BOK 이슈노트 2025~30)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지난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업종에 몰려 있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딛는 사다리가 이미 부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장년에게는 다른 결의 고통이 온다. 수십 년 갈고닦은 경쟁력, 이른바 ‘엣지’가 AI에 몇 차례 지시를 내리면 재현되는 경험이다. 최근 철학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며 인기 전공으로 떠오른다지만, 그 역시 일시적 시류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 글이 그 증거다. 거친 초고에 대한 클로드의 피드백은 상당한 토큰(AI 사용량 및 그 비용)이 소요되긴 했지만 놀라웠다.

국가가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다. 2026년 1월 22일 ‘AI 기본법’이 시행됐다. 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고, 실질적 전면 적용으로는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법은 의료나 금융처럼 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AI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맞춰져 있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며 불러올 대량실직의 위험은 이 법의 초점을 벗어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센 규제가 아니라 국가 역할의 재정의다. 초점은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당장 떠오르는 과제들이다. 우선 AI 관련 직종의 고용 변화를 잡아내는 정기(가능한 월 단위)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충격이 지난 뒤 통계로 확인하는 국가는 이미 늦은 국가다. 그와 함께 사실상 모든 직군에서 단순 코딩 교육을 넘어 AI를 활용·감독하는 능력을 키우는 재교육이 필요하며, 국가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동시에 AI가 만든 부의 일부가 AI에 밀려난 이들에게 돌아가는 길을 설계해야 한다.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제안한 ‘토큰세’가 그 예다. 이름은 중요치 않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인이 먼저 과세를 제안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호다.
이 과제는 진보·보수의 문제도, 친AI·반AI의 문제도 아니다. 어떤 국가도 AI 발전에 뒤처지면 생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국가도 AI의 속도에 맞춰 사람의 역할을 재설계하는 일에 뒤처지면 생존할 수 없다.
아모데이가 ‘기술의 사춘기’라 부른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는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기본법은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진심으로 민생을 걱정하는 대통령이라면, 지역화폐 지급이며 부동산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 같은 눈앞의 현안에 앞서, 이 의제를 국정의 맨 앞자리에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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