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이 주는 경고

김중걸 기자 2026. 5. 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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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가 287명에 이른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오늘의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방증한다. 분쟁과 갈등이 일상화된 시대, 평화를 향한 노력 또한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 가운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평화적으로 저지한 대한민국 시민이 후보로 추천됐다는 관측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비록 공식 명단은 비공개지만, 이 '추정'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의 민주주의 수준을 돌아보게 된다.

이번 후보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 등 세계적 인물들도 거론된다. 국제정치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인물들과 함께 '대한민국 시민 전체'가 이름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권력이 아닌 시민의 힘이 역사를 움직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실천이라는 오래된 명제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마냥 자부심에만 머물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평가의 출발점은 정치의 실패였다.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라는 헌정 위기가 없었다면, 시민의 저항 역시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자랑'이면서 동시에 '반성'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의 책임은 무겁다. 시민들은 비폭력과 참여로 헌정 질서를 지켜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여전히 진영 논리에 갇혀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가능했던 토양에는 권력의 오만과 정치의 무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군인과 공직자들은 원치 않는 선택의 기로에 내몰렸고, 개인의 삶과 가정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격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노벨평화상 후보'라는 말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상의 수상이 아니라, 그러한 위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정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경계와 성찰 속에서 유지되는 체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듯, 대한민국 시민의 성숙한 대응은 세계사적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범이 진정한 가치로 남기 위해서는 정치 역시 그 수준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 시민은 이미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다.

오는 10월 발표될 결과가 무엇이든, 우리는 한 가지 기준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첫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만약 수상의 영광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그것은 시민의 몫이어야 하며, 동시에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설령 수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를 지켜낸 그 경험 자체가 더 큰 자산임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번 일을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 보완과 권력 통제 장치를 강화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헌정 질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책무다. 시민의 성숙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균형은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정치의 책임성과 윤리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 상이 부끄럽지 않은 나라로 나아가고 있는가이다. 시민은 이미 답을 보여주었다. 이제 정치가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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