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내일을 묻다, 전·현 지사 후보 공약 대결

박재근 대기자 2026. 5. 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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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밀착형 복지', '공간 혁명' 맞서
김경수, 도정 실패론 역공 메가시티로
박완수, 한국 허리와 노동 가치 보듬어
현실 안주인가, 구조 혁신인가 선택
부울경 30분 생활권·경남 카이스트 설립
박재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화려한 구호성이니, 거창한 수사보다는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경남도민들이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현안 해결 '담론'에 주목한다. 이 때문인지, 코 앞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의 미래를 책임질 수장 자리를 둔 경쟁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정책적 중량감을 갖춘 전·현직 도지사 대결이라는 점에서 경남이 직면한 위기 타개법에 대한 '철학의 격돌'로도 읽힌다. 특히 역대 정부의 정책에서 경남만이 배제된 카이스트, 로스쿨, 의대 등 인재양성과 바닷길 뱃길 하늘길을 잇는 접근성 문제 등 경남 현안 진실검증 또한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와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각각 내놓은 초기 공약들은 이들이 그리는 경남의 청사진이 얼마나 선명하게 대비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완수 후보의 전략은 '체감'과 '안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가 제1호 공약 '행복 UP 5대 복지'에 이어 2호 공약으로 발표한 '노동자 삶 개선 6대 약속', 3대 공약 인재양성을 위한 창원대 카이스트(과학기술원) 전환은 도민 개개인의 일상에 즉각적인 효능감을 주는 데 집중한 한편에는 조선·원전·방산·우주항공 등 경남 주력산업의 세계화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진 '4050 낀 세대'와 지역 경제의 근간인 '노동자'를 정책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박 후보의 공약은 매우 구체적이고 미시적이다. 무주택 노동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직장주택조합 활성화', 산단 노동자의 아침을 챙기는 '천원의 아침 식사 확대', 그리고 전국 최고 수준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최대 360만 원)'은 국가 복지 체계가 다 담아내지 못한 틈새를 정밀하게 파고들었다.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도민 행복기금'을 조성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은 재원 조달에 대한 우려를 공공개발 이익 환수, 민간 개발사업 공공기여 제도 활성화, 공공 에너지 발전수익 등으로 돌파는 행정가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경제 성장 수혜가 닿지 않는 곳에 도 재정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란 지론은 현장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유권자의 실리를 공략하고 있다.

반면 도전자인 김경수 후보는 박 후보의 '성공 도정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판을 흔들려 한다. 그는 "기를 쓰고 살려놓은 경남 경제를 마이너스로 추락시킨 도정이 바로 실패한 도정"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후보가 제시한 위기 극복의 해법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즉각적인 복원과 이를 뒷받침할 '교통 대전환'이다.

그의 공약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수 있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부 경남 KTX 조기 완공과 경전선의 광역급행철도(GTX) 전환을 통해 부·울·경을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은 경남의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거시적 포석이다. 이는 역대 부·울·경 광역자치단체가 1시간대 생활권으로 그린 '꿈의 로드맵'을 30분대로 확 줄었다는 점에서 실현여부가 관심사다. 특히 당선 시 '제1호 행정명령'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단 구성을 예고하며, 단순히 행정적 결합을 넘어 대기업 투자와 정부 예산을 강력하게 끌어올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후보에게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청년이 지역에 머물게 하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자 '공간적 복지'인 셈이다. 두 후보의 공약은 경남이 처한 두 가지 과제를 정확히 짚고 있다. 하나는 양극화와 고령화 속에서 도민의 삶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 유출과 산업 침체를 막기 위해 지역의 체급을 키우는 '성장 동력'의 확보다. 박 후보의 공약이 노동자와 중장년층의 주거·육아·식사 등 삶의 질을 직접 관리하는 '생활 밀착형 행정'이라면, 김 후보의 공약은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판 자체를 키우려는 '미래 지향적 혁신'이다. "지금 당장 내 주머니를 채워주는 복지"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경남의 위상을 바꿔 청년과 자본이 몰리게 하는 혁신"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이 이번 선거에서 경남 버전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거창한 수사보다는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박 후보의 복지 포인트와 장려금이 일시적인 선심을 넘어 지속 가능한 예산 구조인지, 김 후보의 메가시티 복원이 타 지자체와의 이해관계를 뚫고 실질적인 경제적 낙수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유권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히 진주권 방송사 토론회 무산을 두고 '날카로운 설전이 이어졌다'는 것은 틈새도 용납할 수 없는 백병전 양상인 피터지는 선거판이 될 것 같다.

선거라는 게 당선을 목적으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친 허언도 없지 않았지만, 도민이 전·현 지사인 두 후보의 도정 운영을 고려할 때 미세한 틈새도 가려내 선택할 것으로 믿는 만큼, 이번 선거전의 본질은 누가 더 화려한 약속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실현 가능한 경남의 미래'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5월의 격렬한 공방 속에서 도민들이 발견해야 할 것은 공약의 크기가 아니라, 그 뒤에 담긴 진정성과 실행력이다. 6월 3일, 경남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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