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킹’ 받으려다…사람 잡을 뻔, 골목행사에 16만 인파 ‘안전 사각’
순식간에 몰려 “숨도 못 쉴 정도”
돌발 행사 지자체 관리 강화 절실

노동절 휴일인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스터 행사’에 약 16만명이 몰려 경찰·소방이 긴급 출동하고 행사가 중단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돌발성 행사에 대비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포켓몬코리아가 포켓몬 애니메이션 방영 30주년을 맞아 주최한 이 행사로 한때 성수동 카페거리에 4만명, 서울숲에 12만명이 모였다.
성수동 일대 6개 장소에서 ‘스탬프’(도장)를 얻으면 증정품을 받을 수 있고, 서울숲에서 열린 서울정원박람회의 포켓몬 정원에서는 희귀한 ‘잉어킹 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은 “인파 관리 인력이 없었고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황정현씨(21)는 이날 통화에서 “오전 9시쯤 갔는데 새벽부터 줄을 서서 이미 팝업스토어 주변에 인파가 몰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모씨(26)도 통화에서 “현장엔 안전 요원, 펜스, 안내판 등 아무것도 없었다”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유 공간도 없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살면서 처음으로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에는 행사 당일 오전에만 신고가 50건 이상 접수됐다. 경찰은 서울청 기동대와 성동경찰서 등 경력 90명을 긴급 투입했고 서울시는 오전 11시쯤 행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인파는 오후 2시쯤 해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최 측인 포켓몬코리아는 현장 통제 인력으로 31명을 배치했다. 현행 규정상 민간행사는 주최 측이 인파 규모를 예측하고 안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은 주최 측에서 요구하면 관리를 지원한다. 경찰 측은 포켓몬코리아 측에서 사전 요구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와 경찰·소방 등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긴 했지만 그 대상은 서울시 주관 정원박람회가 열린 서울숲 내 포켓몬 정원뿐이었다. 성수동 일대의 포켓몬코리아 행사는 주최 측이 안전관리계획을 성동구 등 지자체에 제출하고 심의하는 과정이 없었다.
정부가 지난 3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당시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엄격한 인파 관리에 나선 상황과 대비된다. 경찰은 노동절 서울 도심 집회에도 경력을 다수 배치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는 팝업스토어나 민간업체의 이벤트성 행사에 예측 불가능한 인파가 모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사전에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채연·노도현·하주언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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