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미군 빼 인·태 투입?…트럼프, 전 세계 안보 지형 흔든다

일각 “국방부 우선순위 집중 재배치”…공화당도 우려, 현실화 미지수
전문가 “미, 주독미군 철수 땐 세계적 패권국서 지역 강대국 격하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감축하겠다고 하면서, 이번 조치가 유럽을 넘어 중동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배치 구조 재편에도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군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가 위치한 독일은 미국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거점이라는 점에서 유럽 안보 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 있는 40여개 미 군사 시설은 미군이 대서양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추적하는 것을 돕고, 중동·아프리카 분쟁에 개입하기 위한 신속 대응 능력을 지원해왔다. 또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를 제공하고, 각종 도감청 등 정보 수집 작전을 수행했다.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도 미군 작전의 주요 물류 허브 기지 역할을 했다. 란트슈톨 의료센터는 이란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미군을 긴급 후송해 치료를 실시한 곳이기도 하다.
유럽 주둔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예비역 육군 중장은 “독일과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은 독일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병참 작전이나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번에 미국이 감축하려는 ‘5000명+α’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추진했던 1만2000명 감축보다 작은 규모다. 하지만 관세 전쟁,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그린란드 강제병합 등을 거치며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감축으로 유럽 내 미군 병력 규모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2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우 전쟁을 계기로 유럽 주둔 미군을 대폭 증강한 바 있다.
제임스 포고 미 예비역 해군 제독은 “중국과 러시아는 유럽에서의 철수를 미국이 한 번에 한 지역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적 패권국에서 지역 강대국으로 격하됨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질 것”이라고 미 싱크탱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추가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 안보 지형의 변화는 물론 중동과 동아시아에도 연쇄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미 CBS 방송은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독일에서 철수하는 미군 병력 일부는 미국으로 일단 귀환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 등 국방부의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해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미 간에도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을 골자로 하는 ‘동맹 현대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동맹국의 안보 기여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에 따라 미군이 상당 규모 재배치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번 결정은 전 세계 미 동맹국들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주독미군 감축이 트럼프 대통령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미 의회를 통과한 2026년 국방수권법(NDAA)에는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7만5000명 미만으로 영구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유럽에는 8만명가량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미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공동성명에서 “독일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장대한 분노’ 작전을 위해 미군의 영공 통과와 기지 접근권을 보장했다”며 “성급하게 유럽의 미군 배치를 줄이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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