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세계인 공감 역사로 승화하고 국제 위상 높인다

광주일보 2026. 5. 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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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30곳, 국가유산·유네스코 등재 추진
법적 보호·교육 자원 활용 등 기대…사유지 협의는 과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5호인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1980년 5월 시민군 본부이자 최후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은 현재 국가유산 등록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 거점 유산으로 꼽힌다. 3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 일대.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30곳이 국가유산을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가는 대장정을 위해 첫 발을 뗐다. 등재가 성사되면 2011년 등재된 5·18 기록물에 이어 사적지까지 유네스코 인증을 받게 돼, 5·18은 인류 보편의 민주주의·인권 가치로 국제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다.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의 국가유산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아픈 역사의 옛터를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광주의 경험을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역사적 자산으로 승화시킨다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해당 유산이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음을 국제사회가 공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 등록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5·18사적지에 세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서적과 문서 등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데 이어, 사적지라는 부동산 유산까지 인정받게 되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광주시의 설명이다.

첫째, 법적 보호체계 구축이다.

사적지 상당수가 도심에 있어 도시개발에 따른 훼손 위험이 커 왔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되면 조례로 정해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안에서 건설공사 인허가 전 약식영향진단 등 보호 절차가 적용될 수 있어, 사적지 훼손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둘째, 교육·인권 자원 확장이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활발했지만, 정작 사건이 일어난 현장의 공적 인증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국가유산 등록은 학생과 시민이 5·18을 교과서 속 사건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는 역사로 만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국제 위상 제고다. 세계유산 등재 세부기준은 뛰어난 보편성을 지닌 사건이나 사상과 직접 연관된 유산을 인정한다.

5·18은 한국 민주화의 분기점이자 아시아 시민항쟁의 상징으로, 등재 시 광주는 국제 인권·평화 교육과 다크투어리즘의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광주 일대에 지정된 5·18 사적지는 총 30곳에 달하며, 항쟁의 발단부터 참혹한 희생, 그리고 숭고한 대동 정신의 현장까지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5·18사적지는 1998년 1월 1~24호가 일괄 지정되며 출발했다. 이후 2005년 4월 남동성당(25호), 2007년 6월 505보안부대 옛터(26호), 2013년 9월 들불야학 옛터(27호), 2017년 8월 전일빌딩(28호)과 9월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29호)이 추가됐고, 지난해 9월 광주송정역 광장(30호)이 가장 최근에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동구가 15곳으로 가장 많다. 시민군 본부이자 최후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과 주요 시위장소였던 5·18민주광장, 희생자 시신안치소 상무관, 헬기사격 흔적이 발견된 전일빌딩(28호) 등이 동구 옛 도심에 몰려 있다.

5·18 진원지인 전남대 정문(1호)을 비롯해 광주역 광장(2호), 무등경기장 정문(18호), 광주교도소(22호), 5·18 구묘지(24호) 등이 있는 북구는 5곳, 농성광장 격전지(16호)와 상무대 옛터(17호), 505보안부대 옛터(26호) 등이 있는 서구는 6곳이다.

광주기독병원(10호) 등 남구가 3곳, 광주송정역 광장(30호)이 자리한 광산구가 1곳이다. 표지석 세부 설치지점 기준으로는 국유지 10곳, 시유지 14곳, 사유지 9곳으로 나뉜다. 사유지는 광주은행, 동서증권, 광주기독병원, 조선대, 광주구천주교 등 민간·종교법인과 개인 소유가 섞여 있어 등재 추진 과정에서 소유주 협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네스코 등재까지 가는 길은 멀다. 잠정등록 대상유산 신청에서 시작해 우선등재 목록 선정(연 2~4개), 예비평가, 세계유산 등재 신청,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현지실사·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가장 큰 약점은 5·18사적지 대부분이 국가유산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주시도 검토의견에서 기초 자산 정비 없이 상위 단계로 가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미지정 사적지의 국가유산 지정 확대를 선행 과제로 제시했다.

도심지 사적지 신규 지정에 따른 갈등도 변수다. 보호구역이 설정되면 외곽 500m 이내 사유재산권이 일정 부분 제한돼 개발 사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광주시는 이 부분을 장기 과제로 두고 시민 협의를 병행하기로 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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