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외국인도 MZ도 사찰음식에 빠지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시대,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는 사찰음식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 덜어내고, 비우고, 천천히 음미하는 방식. 소금과 양념을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식탁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깊고 요란하지 않지만 그 맛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은 사찰로 ‘먹으러’, ‘배우러’가기 시작했다.
본래 사찰음식은 오랫동안 절집 안에서 이어져 온 수행의 일부였다. 불교가 한국에 전래된 이후 승려의 출가 생활과 공동체 식사(발우 공양)에서 발전했다. 수행의 한 과정으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찰음식은 더 이상 특정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미식 문화로, 더 나아가 삶의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즌3을 통해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이 소개되면서 세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화려한 조리 기술이나 장식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음식, ‘요리’라기보다 ‘삶의 태도’에 가까운 식탁은 글로벌 미식계에도 새로운 시선으로 받아들여졌다.

유기농 표고버섯과 미나리, 깻잎, 토종 생강, 두부 등 친환경 식재료로 차려진 식탁은 ‘맛’ 이상의 의미를 전달했다. 남도의 식재료와 사찰 문화가 결합된 경험은 사찰음식이 지역과 세계를 함께 아우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찰음식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시대의 변화도 한 몫 한다. 건강과 환경,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자극적인 음식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식단, 필요 이상의 소비를 줄이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방식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찰음식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몸에 열을 일으켜 마음을 들뜨게 하는 식재료를 멀리하고, 대신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식을 선택한다. 무엇을 먹느냐가 곧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와 연결된다는 인식이다.
사찰음식은 최근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찰음식’은 2025년 5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신규 지정되며 전통 식문화로서의 의미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사찰에서 전승되어 온 수행식과 발우공양을 중심으로 한 식사법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불교의 불살생 원칙과 절제의 철학이 음식으로 구현된 형태다.
채식 위주의 조리법이 특징이며 발효식품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정 개인이 아닌 사찰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다는 점에서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된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철학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온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단순함을 찾는다. 과한 자극 대신 편안함을, 빠른 속도 대신 느린 시간을 선택하려는 흐름이다. 사찰음식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고 있다. 자연의 재료를 제철에 맞게 사용하고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남기지 않는 방식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아보게 한다.

최근에는 사찰음식을 ‘경험하는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뚜렷하다. 템플스테이나 사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음식을 만들고 공양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함께 이해하려는 움직임이다. 단순히 맛을 느끼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식재료와도 연결된다. 전남은 사찰음식의 기반이 되는 식재료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 지역이다. 청정 자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오랜 발효 음식 문화는 사찰음식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백양사를 찾은 프랑스 셰프들 역시 장성의 친환경 농산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찰음식은 비워내는 음식이다. 그 덜어낸 자리에서 더 깊은 맛과 의미가 채워진다. 자극을 줄이고 재료의 본질에 집중할수록 음식은 더욱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행복하게 하는 공양”이라고 말하는 선재 스님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돈다. 한 끼의 식사가 남기는 의미는 삶의 태도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사찰 음식은, 우리에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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