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EX’ 계룡대 사용 ‘불허’한 국방부에 계룡시민들 “지방자치 말살” 반발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선임기자 2026. 5. 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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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카덱스(10월 계룡대)·DX코리아(9월 킨텍스) 통합 중재 혼선 초래
국방부 물리적 통합 압박, 갈팡질팡 행정조치·공정거래 원칙 훼손 비판 제기
14개 계룡시 사회단체, 국방부 강력 규탄 공동성명·집단행동 등 대응 예고
“충남도·계룡시 20억원 투자 개최지 변경은 지방자치 말살 행위”
10월 6~10일 충남 계룡대 지상 활주로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카덱스(KADEX) 2026’ 전시장 조감도. 카덱스는 같은 기간 예정된 육군 지상군페스티벌, 계룡시 군문화축제와 함께 민군 화합의 공간으로 기대됐지만 국방부는 활주로 사용불허를 통보했다. 육군협회 제공

오는 10월 6~10일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규모 지상군 방산전시회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카덱스)’ 개최를 불과 5개월 앞두고 국방부가 갑작스럽게 민간전시업체 디펜스 엑스포, IDK가 오는 8월 16~19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코리아)과 행사 통합을 목표로 중재에 나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육군협회에 따르면 짝수해에 열리는 지상군 방산전시회는 2024년부터 DX 코리아와 경쟁체제로 별도 운영돼 오고 있다. 2026년 행사를 앞두고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별도 개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두 단체가 요구한 후원 승인 요청을 모두 허가했고, 양측은 이를 근거로 각각 방산전시회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카덱스 개막을 약 5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국방부가 행사 통합을 위한 중재에 나서는 등 ‘오락가락 행정’을 펼치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ADEX 2024’가 열린 지난 2024년 10월 8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 마련된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최신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먼저 방산업계에서는 “원칙없는 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2024 카덱스’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도록 허가하는 등 사상 최대 지상군 방산전시회가 되도록 적극 지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육군협회가 올해 카덱스에 대한 후원승인 요청 공문에 개최 장소를 ‘계룡대 활주로’로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국방부는 이를 승인했다. 육군협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해외기업 등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을 받아 현재 450개 기업, 2032개 부스 규모의 신청서를 이미 받은 상태다. 순조롭게 준비되던 카덱스는 국회 국방위원회 일부 의원들이 계룡대 활주로 사용허가 과정에 의문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국방부는 당초 입장을 바꿔 계룡대 활주로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 공연장소로 광화문을 허가했던 정부가 수십년 간 활주로 기능을 못하고 계룡시 등 지역축제 장소로 사용해온 계룡대 활주로에서 방산전시회를 왜 개최할 수 없도록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과 계룡시 등 지자체 관계자는 “계룡대 활주로가 만들어진 뒤 수십 년 동안 공군 C-130 수송기가 단 한차례 내린 적이 있을 뿐”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군 문화축제와 지상군 페스티벌 등 지역축제 장소로 사용된 장소에서 2년 전 허가했던 국제방산전시회 개최를 불허로 바꾼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계룡시 관내 주요 도로와 광장 등 곳곳에는 국방부 결정을 비판하고 카덱스 개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수십여 개 설치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14개 계룡시 사회단체 회장단은 국방부의 ‘카덱스 계룡대 활주로 사용불허’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결정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부 기조를 부정하는 처사이며, 정치적 외압에 의한 부당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방부가 사용불허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항의방문, 집단행동 등 총력대응을 예고했다.

시민단체 회장단은 “계룡시는 2024년 제1회 KADEX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K-방산 메카이자 국방수도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며 “이미 450개 기업이 참가를 확정하고 부스 신청이 조기 마감되는 등 내실 있는 준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방부가 돌연 보안절차와 행정미비 등을 이유로 사용 승인을 불허한 것은 행정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미 충남도와 계룡시가 인프라 정비를 위해 혈세 20억 원을 투입했고, 지역 상인들이 특수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인 고양 킨텍스로 행사를 이전하는 것은 지역 경제를 도외시한 기만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둘째, 행사 통합을 추진하는 국방부 방침이 ‘공정거래 원칙’에 맞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카덱스 개최를 5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카덱스’와 ‘DX 코리아’ 통합을 갑자기 요구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통합에 불응할 경우 카덱스 측에 해외 VIP 초청 등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불응 시 국방부 후원승인을 취소할 것이라고 압박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2024년 10월 2일 ‘2024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국방부와 육군 후원 하에 개최되고 있다.KADEX 홈페이지 캡처

카덱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대다수 방산기업과 많은 해외 방산업체들이 이미 카덱스에 참가 신청한 상황이다. 반면 DX 코리아측은 5월 초 현재까지 참가기업 수와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카덱스 조직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양 행사를 통합하라는 것이 공정거래 원칙에 맞는 행정조치인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방산전시회 참가업체들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면 이미 시장 판단은 내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두 전시회 개최 시기가 다른 상황에서 행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일정 변경이 이뤄지면 불참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행사 신뢰도 추락과 더불어 K-방산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꼬 우려를 표했다.

행사 후원 승인과 관련해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DX 코리아 측에 대한 승인을 해줬고, 카엑스 측에는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승인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두 행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실상 시장 경쟁에 맡겨둔 상황에서 개막 5개월을 채 남겨놓고 무리하게 일정 변경을 요구하면서 행사 통합을 중재하는 것은 국방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셋째, 6·3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지방 균형발전’ 등 지역 민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을 국방부가 앞장서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카덱스는 대전·충청권에서 열리는 손가락에 꼽을만한 국내 글로벌 전시회다. 산업자원부는 카덱스를 2026년 대표적인 ‘글로컬전시회’로 선정한 상태다. 그런데 장소 통합을 강제할 경우 일산 킨텍스 등 수도권 이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실제 국방부의 계룡대 활주로 사용불허 발표 이후 충남 지역과 계룡시 주민들은 ‘지방 균형발전 정책’과 어긋나는 정책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20년 동안 지역 축제 장소로 사용돼온 계룡대 활주로를 왜 방산전시회로는 사용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하소연이다.

계룡시와 충남도 관계자는 “2024년 카덱스가 열릴 당시 계룡 시내 모든 숙박시설이 2주일 동안 만실이었다”라며 “계룡군문화축제는 매년 열리고 카덱스는 짝수년도에만 함께 열리는데, 짝수년도와 홀수년도 간 매출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상황에서 지역 반발을 야기하고,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과 배치되는 정책을 유도하는지 국방부의 오락가락 행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방부가 카덱스 행사에 계룡대 활주로 사용을 불허한 것은 카덱스 주최기관인 육군협회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육군협회 수뇌부는 최근 회장단을 교체하면서 육사 장군 출신을 줄이고, 3사 출신 4성 장군인 박종진 장군을 부회장으로 임명했으며, 원사 출신과 학군 출신 민간인을 임원으로 영입하는등 ‘탈(脫) 육사’ 등 혁신을 꾀하고 있다. 또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명백한 위헌 및 위법”이라고 규정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국방 관련 인사들은 육군협회를 육사 장군 출신 보수세력으로 규정, 지상군 방산전시회 개최 권한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 입장에서는 지상군 방산전시회가 분산돼 열리는 것보다 K-방산 지원을 위해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오락가락 행정 조치는 문제라는 평가다. 지상군 방산전시회에 대한 재편이 필요하다면 여러 의견을 청취한 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군 방산전시회뿐만 아니라 공군 중심 아덱스(ADEX), 해군 중심 마덱스(MADEX)까지 모두 포함해 K-방산 홍보와 지원을 위한 큰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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