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란종, 광주천 ‘점령’…시는 예산 부족 ‘타령’

광주일보 2026. 5. 3. 19: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천지킴이모래톱 ‘광주천 모니터링’ 따라가보니
7㎞ 구간 거북 19마리 포착…산란기 앞두고 토종 위협
삭감된 퇴치 예산에 제거 실적 급감…행정 연속성 실종
지난 1일 광주천 모니터링 결과 발견된 붉은귀거북. <광주천지킴이모래톱 제공>
봄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지난 1일 광주시 북구 임동 발산교 인근 광주천 일대. 물 위로 드러난 바위 위에 붉은귀거북 8마리와 자라 1마리가 쉽게 눈에 띄었다.

붉은귀거북은 미국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온 외래종으로, 광주천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이다. 최대 수명이 40년에 달하는데 국내에는 천적이 없어 자라와 남생이 등 토종 생물의 서식 환경을 위협할 정도다.

광주 도심 생태하천인 광주천 곳곳에서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귀거북 등 생태계 교란생물이 대량으로 출몰하고 있다.

광주일보가 지난 1일 지역 환경단체 광주천지킴이모래톱 홍기혁 대표와 동구 소태동 장수교부터 북구 임동 광천 2교까지 7㎞ 구간을 걷는 ‘광주천 모니터링’ 현장을 따라가봤다.

모니터링 결과 2시간여 사이 남구 방림동 남광교(1마리)를 시작으로 서구 양동 양유교(2마리), 북구 임동 발산교(13마리), 광천철교(1마리), 광천2교(2마리) 등에서 총 19마리의 붉은귀거북이 포착됐다. 붉은귀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땅을 파놓은 흔적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홍 대표는 “붉은귀거북은 12월부터 동면에 들어가고 3월부터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며 “5월부터 1~2개월은 야간에 나와 땅을 파고 산란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식용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온 큰입배스와 블루길 등도 인근 댐 등을 통해 유입돼 광주천 곳곳에 서식하며 토종 어류를 위협하고 있다. 큰입배스는 포식성이 강해 물고기와 곤충은 물론 양서류까지 먹어치우고, 블루길은 물고기 알을 먹어 개체 감소를 유발하는 생태계 교란종이다.

생태계 교란 식물인 환삼덩굴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홍 대표는 “꽃매미, 돼지풀,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가시박,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등 생태계 교란생물도 광주천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 지자체는 광주천 내 생태계 교란생물 퇴치에 소극적이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야 광주천에서 붉은귀거북 포획 사업을 시행했으나, 고작 6마리를 포획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광주 전역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실적도 1만5371㎏로 지난 2023년 6만3715㎏, 2024년 2만9377㎏과 비교해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그마저도 2023~2024년에는 광주천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 작업도 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광주시는 예산 부족으로 퇴치 사업을 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광주천 일대에서 홍기혁 광주천지킴이모래톱 대표가 붉은귀거북을 촬영하고 있다.
광주시 전역의 생태계 교란생물 퇴치 예산은 2023~2024년 9800만원에서 2025년 7000만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8400만원에 그치고 있다.

광주시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생태계 교란종 퇴치 사업은 보조사업자들이 장기간 모니터링을 통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인건비로 집행되다 보니 사업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5월부터 12월까지 광주천을 중심으로 퇴치 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천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 부족이 예산 감소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태계 교란 생물 수거·퇴치 사업은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관심이 꾸준하지 않다보니 예산이 줄면서 생태계 보호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생태계 교란종 문제뿐 아니라 하천 사업 등으로 매년 광주천에서 관찰되는 생물 종류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광주천은 도심의 바람길이자 미세먼지 저감 등 역할을 하는 광주의 핏줄인 만큼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고시한 생물은 총 1속 39종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 등에 따라 이들 종은 수입과 양도는 물론 사육도 금지되며, 살아 있는 개체뿐 아니라 알과 식물의 뿌리, 표본 등도 포함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