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창원국가산단, 초연결의 힘으로 도약하자- 김은철(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었던 창원국가산단이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창원국가산단의 최대 강점은 대기업부터 소부장 기업까지 밀집된 수직 계열화 구조다.
독일의 아헨공대처럼 대학의 지식이 공장의 거친 데이터와 직접 충돌하고 사투를 벌일 때만 창원국가산단만의 독보적인 '자율 제조 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
창원국가산단의 지난 50년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했다면, 다가올 50년은 현장의 간절함과 글로벌 연대가 만나는 접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었던 창원국가산단이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기계산업의 메카로서 쌓아온 견고한 공급망은 창원만의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하지만 지금 글로벌 제조 현장에서 벌어지는 AX(인공지능 전환)의 속도는 우리가 경험해 온 변화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창원의 제조 역량 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생태계’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 전략적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글로벌 거점들은 이미 기업의 벽을 허무는 ‘초연결 전략’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는 ‘KI-ALLIANZ(AI 얼라이언스)’를 통해 연구소의 기술을 중소기업 생산라인에 즉시 이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2026년 현재 그들이 집중하는 ‘그린 AI(Green AI)’는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통해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전형 모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일본 아이치현의 사례는 더욱 절실하다. 그들은 ‘STATION Ai’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도요타 같은 앵커기업의 공정 난제를 스타트업의 AI기술로 해결하는 ‘기술혈맹’을 상시화했다. 특히 숙련공의 ‘손끝 노하우’를 데이터로 추출해 AI 알고리즘으로 변화하는 시도는, 인력과 세대교체라는 이중고를 겪는 우리 기업들에 가장 현실적인 생존 방정식을 제시한다.
이들이 증명한 AX의 핵심은 폐쇄적인 자력갱생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지능화’와 ‘현장 밀착형 연대’ 이다. 창원국가산단의 최대 강점은 대기업부터 소부장 기업까지 밀집된 수직 계열화 구조다. 이 하드웨어에 디지털의 숨결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현장 해결사’로 거듭나야 한다. 독일의 아헨공대처럼 대학의 지식이 공장의 거친 데이터와 직접 충돌하고 사투를 벌일 때만 창원국가산단만의 독보적인 ‘자율 제조 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판교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창원의 하드웨어 노하우가 결합하는 ‘초광역 기술 협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IT 기업들이 창원을 가장 매력적인 ‘테스트 베드’로 인식하게 하고, 그들의 소프트웨어가 우리 공장 설비에 녹아들 때 비로소 국가적 제조혁신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는 ‘데이터 주권’의 확립이다. AX는 단순히 외부의 솔루션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거친 데이터들이 어떻게 자산화되고, 이것이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기업인들이 직접 체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 기업의 성과를 산단 전체로 확산하는 ‘디지털 거버넌스’가 작동해야 하며, 공공은 기업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신뢰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전략적 해법은 ‘연대’에 있다.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로 뭉쳐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미니 얼라이언스’를 가동해야 한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비용은 함께 나누어 강력한 공동의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현장의 인력 부족은 AX를 통해 숙련 인력이 고부가가치 설계 및 관리 영역에 집중하도록 제조 환경을 재설계함으로써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창원국가산단의 지난 50년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했다면, 다가올 50년은 현장의 간절함과 글로벌 연대가 만나는 접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제조업의 르네상스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오늘 우리 공장 설비가 하나씩 지능화되는 땀방울 속에서 시작된다. 변화의 파고를 넘을 전략은 이미 우리 손안에 있다. 이제는 정말, 현장이 응답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김은철(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