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하는 게 무섭다” 20년차 분만실 의사의 고백…생사의 갈림길, ‘겁쟁이’ 자처한 사연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 박인양 산부인과 교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084846153qkiu.jpg)
“시간이 갈수록 더 두렵고 무섭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낯선 일’이기도 하다. 타인의 탄생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기회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같이 누군가의 탄생과 죽음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24시간 비명이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만실’의 의료진들이다.
그중에서도 고위험 산모들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한 의사를 만났다.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인양 산부인과 교수. 산모들 사이에서는 ‘갓(GOD)인양’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서울성모병원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084846441vzdq.jpg)
그가 23년간 산과 의사로 일하며, 두 손으로 받은 아이들의 수만 1만명 이상. 각지에서 찾아온 위태로운 상황의 산모와 태아를 돌보는 것도 일상이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하지만 박 교수는 자신을 겁쟁이라고 칭한다.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상태가 나빠지면 어떡하지.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환자를 마주한 박 교수의 머릿속에는 늘 걱정이 가득하다.
20년이 넘게 수많은 환자를 봤지만, 누군가의 ‘생사’는 여전히 낯설고 무서운 존재. 경험이 쌓일수록 두려움은 더 커질 뿐이다.
이겨내는 방법은 따로 없다. 쉬는 날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병원을 뛰어다니는 것.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 만이, 두려움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 박인양 산부인과 교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084846716sxkb.jpg)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인양 교수는 지난 27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받는 스트레스나 두려움은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며 “(누군가의 생사는) 도저히 무뎌질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그중에서도 산과 진료를 맡게 된 것은 2003년. 그 이후로 박 교수는 매년 500명에서 600명가량의 분만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까지 많게는 1만2000명의 새로운 생명을 받아낸 셈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의 환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박 교수는 국내에 몇 없는 고위험 산모 치료 전문가. 한 명의 의사가 두 생명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자리다.

박 교수는 “생명이 탄생하는 찬란한 시작을 목격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이별의 순간도 있다”며 “기쁨과 슬픔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산부인과, 그중에서도 고위험 산모의 경우 의사의 부담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과 의사, 고위험 산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도 크다. 박 교수는 “한 생명을 세상에 온전히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의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기쁨”이라며 “위급한 순간을 넘기고 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의 경외감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박 교수를 찾아 무사히 출산에 성공한 사례들에 대한 기억이 남다르다. 희망의 끈을 놓으려 했던 산모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줬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 교수의 환자는 전국 각지에서 몰린다. 일상생활은 그야말로 ‘전쟁’. 병원에서 대기하는 당직 일자가 정해져 있지만, 그 외의 시간도 안심할 수 없다. 외래진료를 담당했던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쉬는 날에도 만사를 제쳐두고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신력과 체력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업무. 하지만 박 교수는 누구보다 끈질기고 친절하게 환자들을 상대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단순히 분만이나 치료를 하는 것을 넘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산모들을 안심시키고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산모들 사이에서 ‘갓(GOD)인양’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같이 생각해 주고 고민해 주는 것, 눈높이를 맞춰주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며 “또 하나는 제가 겁이 많아서, 항상 수술하거나 하면 쉬는 날에도 나와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자주 보이니까 안심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본관에서 열린 ‘권역 모자의료센터’ 개소식·축복식에 참석한 박인양(맨 오른쪽) 교수가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084847585lpjt.jpg)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환자 기록철(차트)을 전부 ‘한글’로 작성한다는 것. 대개 의료 현장에서는 의학용어와 약어를 섞어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끼리 빠르게 공유하기 위한 것. 하지만 박 교수는 환자들과 같이 차트를 보고, 궁금한 점을 해결해 주기 위해 한글 표현으로 차트를 남기고 있다.
박 교수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설명하는 게 환자들의 눈높이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스스로 한글 차트를 작성하고 있다”며 “환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다 보니, 이제는 한글 차트를 따라 하는 후배들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갈수록 고위험 산모가 늘어나며, 분만 현장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임신 연령 자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를 분만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다. ‘아이를 덜 낳는 시대’라고 해서 의사의 분만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박 교수는 “전국적으로 고위험 산모를 분만할 수 있는 산과 모체태아 분야 교수의 수는 100명 남짓으로 알고 있다”며 “고위험 산모가 늘어나면서 전문 인력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전경 [서울성모병원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084848221nvgm.jpg)
특히 산과에 대한 기피 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는 어쩔 수 없는 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고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나중에 화재에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수도권에서 유일한 권역 모자의료센터로 선정됐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진료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인 사업이다. 지난 27일에는 본격적으로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열었다. 박 교수는 센터장을 맡게 됐다.
![서울성모병원은 27일 오전 8시 권역 모자의료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084848478jhlc.jpg)
박 교수는 “권역 모자의료센터는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임신부터 분만과 신생아 치료까지 ‘단절 없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적 인프라”라며 “센터 설립을 통해 중증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고위험 분만 대응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위험 산모들에 대한 치료 환경 또한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골든타임’ 확보가 가장 큰 변화”라며 “산모는 자신의 상태가 위급하더라도 병원 내에서 신속하게 신생아 중환자실(NICU) 연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되며, 보다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돌봄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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