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힘들어진 자영업자·소상공인…4대금융 ‘회수 포기’ 대출만 3兆

주형연 2026. 5. 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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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중소기업…부실 뇌관 되다
부동산 PF 후폭풍 지속…금융권 건전성에 경고등
회수 포기 대출 3조원 육박…은행권 리스크 관리 시험대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대출 채권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달해 연쇄 무너짐을 겪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3일 4대 금융이 공개한 1분기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추정손실 규모는 총 2조9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8325억원) 대비 5.8%, 전 분기(2조5656억원) 대비 16.8%나 급증한 수치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은행의 대출채권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중 최하위 등급인 '추정손실'은 채무 상환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 처리가 불가피한 자산을 뜻한다. 12개월 이상 연체가 지속된 채권이나 부도·파산·폐업 등으로 회수 위험이 극도로 높은 자산 중 회수 예상 가액을 초과한 부분이 해당된다.

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을 제외한 3곳의 추정손실 규모가 1년 새 크게 불어났다. 하나금융의 1분기 말 추정손실은 5030억원으로 전년 동기(3860억원) 대비 30.3%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KB금융은 6346억원에서 8072억원으로 27.2% 증가했다. 우리금융 역시 7350억원에서 8260억원으로 12.4% 늘어났다.

올 1분기 추정손실 규모가 3조원 턱밑까지 치솟은 가장 큰 원인은 장기화된 내수 침체 속 취약차주(자영업자·소상공인)와 중소기업의 한계 도달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행됐던 각종 금융지원(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그동안 유예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일시에 현실화됐다. 소비 침체가 길어지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폐업률이 급증했고, 이들이 짊어졌던 다중채무 성격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최종 부실화(디폴트)되면서 고스란히 은행의 손실 처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들의 도산도 회수 포기 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뇌관이 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연쇄 도산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대출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은행들이 이들 채권을 회수 불가능 상태로 선제적 분류를 단행한 결과다.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된 것도 손실 규모를 키웠다. 지난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져 온 부동산 PF 리스크 구조조정이 2025년을 거치며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옥석 가리기' 기조에 따라 사업성이 없는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대출들이 최종적으로 회수 불가능 처리됐다. 이에 은행은 물론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까지 대규모 부실 채권을 일시에 상각 처리해야만 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건전성 관리 요구도 수치 급증의 배경이다.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에게 "부실채권을 미루지 말고 즉각 상각하거나 매각해 재무제표를 깨끗하게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금융사들은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분기 결산 시점에 부실 대출을 대거 장부에서 지워내는 선제적 '빅 배스(Big Bath·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털어내는 것)'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크게 늘렸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초 체력이 바닥나며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여기에 중동 전쟁 불안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마저 지연돼, 한동안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와 손실 방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형연·유진아 기자 jhy@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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