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별이 뜨면 떠나야 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예술가에겐 '떠돌이', '불안', '외로움'과 같은 말이 자주 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정착할 곳을 찾아 황무지와 같이 경제적, 지리적으로 인기 없는 곳들을 떠돈다.
그러다 예술가들이 정착해 볼거리가 생기면 지역에 활력이 돌고 축제가 만들어지고, 머지않아 별다방이 들어온다.
그렇게 별이 뜨면, 예술가들은 짐을 싸서 다른 황무지를 찾아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에겐 ‘떠돌이’, ‘불안’, ‘외로움’과 같은 말이 자주 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정착할 곳을 찾아 황무지와 같이 경제적, 지리적으로 인기 없는 곳들을 떠돈다. 그러다 예술가들이 정착해 볼거리가 생기면 지역에 활력이 돌고 축제가 만들어지고, 머지않아 별다방이 들어온다. 그렇게 별이 뜨면, 예술가들은 짐을 싸서 다른 황무지를 찾아야 한다. 과거 홍대에서 밀려난 예술가들이 근처 상수동으로, 연남동으로, 망원동으로 계속해서 북으로, 외곽으로 향한 것처럼.
이런 어려움을 알기에 여러 문화예술 재단들은 작업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으며(이를 레지던시라고 한다), 나 역시 지난 25년간 국내외 여러 작업실을 떠돌았다. 주로 낙후된 지역,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 골칫거리 건물이 우리를 위한 공간이었다. 뭐,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 공간이라도 오래만 유지해준다면 말이다.
해외의 경우는 지방이라면 경치가 훌륭한 곳에 좋은 시설을 갖추거나, 지역 한가운데에서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 많았다. 10년 전 다녀온 네덜란드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이 편안한 마음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판단 아래, 성과에 대한 어떠한 압박도 없이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레지던시는 소외된 곳, 섬과 같은 곳에 많다. 수원의 레지던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곳은 시민농장 안에 넓은 잔디밭엔 양귀비가 피고, 연꽃과 코스모스, 갈대가 계절을 알린다. 주민들은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텃밭 주인들이 애지중지한 밭에서 열매가 익어가는 걸 작업실 창문으로 볼 수 있었다.
작가들끼리도 사이가 좋았는데, 나는 그 원인이 이러한 환경에 있다고 믿는다. 내가 경험한 국내 레지던시 중, 처음으로 인간으로 존중받은 환경이랄까. 그리고 2~3년 전, 이곳에도 어김없이 별이 떴다.
별이 뜨고 얼마 뒤,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은 시민농장과 작업실이 첨단 산업단지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시경쟁력·미래 먹거리 등 성과 중심의 말들만 난무하는 가운데, 그 어디에도 사람을 위한 것이 없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에서 자연을 밀어내고 ‘기업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 한다.
안타깝게도 울창했던 아름드리 나무도, 연꽃을 향해 날아들던 백로도, 오랜만에 존중받았던 예술가도 올해가 마지막일 듯싶다. 별이 떴으니, 시민과 예술가는 이제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4년 만에 걷히는 김포 한강 철책... 내년 상반기 시민 품으로
- 홍준표 “정권 망치고 출마 뻔뻔하기도 해…보수진영 요지경”
- 대낮 공원서 ‘이유 없이’ 2살 아기 폭행...“악몽 된 어린이날”
- “어린이날 선물 뭐 원할까?”…열어보니 뜻밖의 1위
- “월 10만원씩 3년 모으면 1천440만 원”…‘청년내일저축계좌’ 신규 모집
- 인천 미추홀구, 수봉공원 스카이워크 효과 ‘톡톡’... 한 달 만에 8만명 발길
- 한동훈, 특검 ‘출국금지’ 조치에…“할 테면 해보라” 반발
- 장동혁 “국힘 친한계 한동훈 지원, 필요 조치할 것”…내홍 점화
- 경기 광주 초월읍 빌라서 불…70대 여성 심정지 이송
- 재선 시장 유례 없는 용인, ‘재선 도전’ vs ‘정권 교체’ 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