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그땐 그랬지, 어르신들 뜨겁던 주크박스… 6080 추억 소환 ‘청춘부평’
노인일자리 참여자 위한 문화체험 공연
미군기지 주변의 ‘음악도시’ 기억 재현
세대 공감·추억 소환… 곳곳서 눈물도

고개를 까딱이며 보내는 수줍은 박수와 미소. 옆 사람만 겨우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던 환호성.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부평구문화재단이 마련한 라이브 공연 ‘청춘부평’이 열린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현장에서 어르신들은 1960~1980년대 음악 선율에 눈과 귀를 맡긴 1시간 동안 울고 웃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 문화체험’이라는 다소 어색한 부제 아래 모인 노인들이었다. 그들에게도 뜨겁던 청춘이 있었을 테다. 젊은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곁에 앉은 이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 듯했다.
‘청춘부평’은 해방 이후 일제 조병창 기지에 들어선 부평미군기지(애스컴시티) 주변 이야기를 다룬다. 쇼단 ‘딴따라 쇼박스’ 사장 겸 메인 MC인 1945년생 해방둥이 쟈니정의 소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는 비교적 느슨해 집중하느라 체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그저 눈과 귀를 열어놓고 기다리면 된다. 장르에 대해 설명하자면 극이 결합된 ‘라이브 밴드 공연’인데, 음악극 또는 주크박스 뮤지컬 정도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쟈니정의 소개에 따라 일홍이(손은경 분), 이홍이(권소리 분), 삼홍이(최준영 분)로 결성된 ‘홍삼시스터즈’와 극의 앙상블 역할을 맡은 ‘방방무용단’(현혜빈, 진혜란, 나해나, 한미지), 가수 미스터리(황형석), 연주를 맡은 ‘반짝이 브라더스’(색소폰 정재환, 트럼펫 정다운, 트롬본 이연재), 그리고 삼김시대(드럼 김홍기, 베이스 김봉관, 기타 김현동), 피아니스트 봉자(이미영)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공연을 꾸민다.
넉살 좋은 쟈니정은 객석에 앉은 어르신들에게 오빠라고 부르라 하며 자연스레 농을 던지며 노인들의 공통된 기억을 길어올리며 객석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트로트 음악을 전부로 알던 그 시대 어르신들이었다. 부평 미군부대 주변의 클럽을 중심으로는 색다른 음악이 퍼져나갔는데, 그 시절 ‘음악도시 부평’의 이야기가 공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재즈, 스윙 등을 비롯해 ‘커피한잔’(펄 시스터즈),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 품바타령, ‘님과함께’ 등 어르신들의 귀에 익숙한 노래를 역동적인 안무와 연주로 펼쳐낸다.
홀로아리랑의 곡을 배경으로 무대 배경 스크린에 해방 직후 부평 미군기지 일대의 디지털 아카이브 영상을 보여주며 과거 부평의 모습을 재현하는 대목에서는 몇몇 어르신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에서 내려온 부모님과 함께 인천에 정착했다는 1945년생 서충원씨는 공연관람 소감을 묻는 질문에 “동년배는 다 아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였다. 이렇게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며 “아마 다른 이들도 옛날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부평구문화재단과 지역 예술단체인 ‘부미오디세이’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공연 수요자인 부평구 노인 인력 관련 단체·기관 6곳이 함께 기획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모두 11차례, 6천144명 전원이 모두 유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전에 확보된 수요를 기반으로 공연을 마련해 지역 예술단체에 안정적 재원을, 노인들에게는 양질의 공연을 선물할 수 있었던 기획이 됐다는 점은 다른 기초문화재단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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