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선율 없는 ‘발레 아리랑’…절망 너머 연대를 춤추다” [인터뷰]
2026 대한민국 발레축제 기획
오는 6월 13~15일,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 공연 ‘발레 아리랑’의 연출을 맡은 박훈규, 안무를 맡은 최수진 이루다(오른쪽부터)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90023297rmbt.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제목은 ‘발레 아리랑’, 하지만 아리랑 선율은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전통의 선율이나 한(恨)의 정서는 과감히 지웠다. 다만 ‘아리랑 정신’만이 아로새겨져 ‘몸의 언어’를 관통한다.
“공연에선 아리랑 가락도, 아리랑을 부르는 사람도 등장하지 않아요. 우리 마음속에 선 하나의 큰 벽을 올립니다.”
연출을 맡은 무토 박훈규는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기획 공연 ‘발레 아리랑’(6월, 세종문화회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이 말하는 ‘아리랑’의 정의가 선명하다. 박훈규는 “절망의 벽에 부딪혀 튕겨 나간 비명, 끝내 서로를 잇는 구원의 노래”라고 정의했다.
‘발레 아리랑’을 이끄는 창작진의 조합이 흥미롭다. 전통 악기(거문고)와 신디사이저가 만나 현대적 미장센을 구현하는 무토(MUTO)의 박훈규와 현대무용과 발레를 넘나드는 스타 안무가 최수진, 이루다가 뭉쳤다. 특히 1부와 2부를 두 안무가가 각각 나눠 짰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협업의 시작은 대한민국 발레축제 김주원 예술감독의 제안이었다. 김 감독은 무토가 만들어온 창작 세계를 낱낱이 살핀 뒤, “무토의 세련된 미장센이면 새로운 느낌의 발레 공연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박훈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무토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를 비롯해 디제이, 비트메이커로 정평이 난 이디오테입의 신범호, 미디어 아프의 홍찬혁,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가 뭉친 팀이다.
박훈규 연출가는 “김주원 감독님을 작년 여름쯤 처음 만났다”며 “발레 아리랑을 기존 발레와 아주 다르게 만들고 싶은 요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미 무토는 이전에도 ‘입과손 프로젝트’와 함께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한 ‘두 개의 눈’이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 공연 ‘발레 아리랑’의 연출을 맡은 박훈규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90023661qnuz.png)
그는 “기존 발레 창작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오리지널리티를 갖기 위해 글을 써서 대본을 만들어 두 안무가에게 전달했다. 스토리보드도 만들어 안무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의논을 마쳤다”는 진행 과정을 들려줬다.
박훈규 연출가가 말하는 벽은 누구나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절망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한 벽의 이미지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모두 잠든 시간 새벽에 길을 나와본 사람은 안다. 주변의 모든 건물이 다 벽인데,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며 “그런데 고개를 들어보면 별빛 하나가 자기를 비추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된다. 우리는 다 그렇게 희망을 보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발레 아리랑’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선 삶의 무게와 절망에 함몰되는 현실을, 2부에선 절망을 딛고 서는 연대와 승화의 과정을 그린다. 1부는 최수진 안무가가, 2부는 이루다 안무가가 맡았다.
박훈규 연출가는 “1부에선 처참하게 벽 속으로 모두 소모되고 흡수되는 슬픈 현실을 (최)수진 씨가 춤으로 만들 것”이라며 “2부에선 그런 것들을 뚫고 나가기 위한 연대를 (이)루다 씨가 춤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 공연 ‘발레 아리랑’의 안무를 맡은 최수진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90024067ymhm.jpg)
최수진 안무가는 ‘절망’이라는 키워드를 예술적 승화로 풀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그는 “절망이라는 단어는 개인적으로 되게 무거운 단어라 생각했다”며 “춤을 만들 때 슬픔도 괴로움도 아픔도 좀 더 아름답게 선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해답이 몸짓으로 그려졌다. 최수진 안무가는 “절망을 슬픔으로만 남겨두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다”며 “절망이 오려면 그 앞에 굉장한 꿈과 희망도 있었을 것이고, 절망이 왔을 때는 거기 머무르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힘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절망을 극복하고 해소해 연대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아리랑 정신’이다. 이루다 안무가의 2부는 그야말로 ‘해소의 장’이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벽(LED 미디어 아트)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이루다 안무가는 “2부의 음악을 들었을 때 장구와 타악의 장단이 저를 계속 뛰게 했다. 마치 한바탕 굿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한국적인 호흡과 태권도의 품새, 무당의 몸짓 등을 발레 동작과 접목했다. 절망을 깨닫고 함께 손을 잡아 벽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통해 희망적인 연대를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안무 스타일에서도 두 안무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최수진 안무가는 “발레리나를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캐스팅했다”며 “모두 포인트슈즈를 신을 수 있는 댄서들을 우선순위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발레 아리랑’ 1부에선 국립발레단 출신의 발레리나들이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춘다. “포인트워크를 도전적으로 작품에 만들어보고 싶었고, 특히 남녀의 파드되(pas de deux)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최 안무가의 이상이 반영됐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 공연 ‘발레 아리랑’의 안무를 맡은 이루다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90024414bxxv.jpg)
반면 이루다 안무가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그는 “한국적인 호흡이나 태권도 품새를 구사하는 장면들도 있다. 이러한 동작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토슈즈가 굉장히 부담될 수 있어 주인공만 토슈즈를 신고, 다른 무용수들은 한국적인 춤사위로 최대한 섞어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무토는 이번 작품을 위해 지난 반년 동안 12개 트랙의 오리지널 음악을 제작했다. 거문고와 태평소 등 국악기와 모듈러 신디사이저의 전자음악에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결합했다. 박우재가 선도적으로 해왔던 거문고를 첼로처럼 켜는 주법, 노이즈만으로 구성된 트랙을 선보이는 실험성도 돋보인다.
박훈규 연출가는 “저희에게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거문고라는 악기와 전자음악이라는 가장 유행하는 장르를 혼합하는 사운드를 만드는 팀이지만, 이것이 발레라는 장르에 과연 잘 어울리고 두 안무가가 안무를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직접 스토리텔링을 햇지만, 1, 2부를 나누는 절망과 희망의 음악들을 만드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박훈규 연출가는 “클래식한 편곡은 우리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라고 했다. 연출가의 고민과 달리 이루다 안무가는 무토의 음악에 대해 “어떤 곡이든 다양한 춤사위 표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발레 아리랑’은 춤과 음악에 있어 다양한 융복합을 만들어 ‘오늘의 발레’와 ‘발레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을 관통하는 서사는 있지만 세 사람은 ‘직관적 경험’을 강조했다. 무대 위의 비주얼과 사운드, 무용수의 근육이 만들어내는 생명력 자체를 느껴달라는 당부다.
박훈규 연출가는 “누구나 인생에서 벽을 마주한다. ‘발레 아리랑’은 그 벽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고개를 들어 별빛을 보듯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텍스트로 설명하기 힘든, 몸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복희 “아이 낳으면 안되는 계약했다, 낙태만 4번”
- 우크라이나 유학생이 ‘미스 춘향’ 됐다 …“100년 역사상 첫 ‘미’ 입상”
-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발 닿는 곳마다 수두룩…선 넘은 민폐 쓰레기 [지구, 뭐래?]
- “군대 왜 안 갔냐 질문도 괜찮다”…유승준, 직접 입 연다
- 서울 전셋값 절반에 출퇴근도 가능…정책대출 가능한 경기 역세권 어디? [부동산360]
- “장난감 수집에 10억? 사실 더 썼다” 이상훈, 박물관 투자로 ‘빚쟁이’ 고백
- 러시아 꺾고 오열하더니 갑자기 ‘백플립’한 우크라 테니스 선수
- 수업 도중 돌아가신 부모님, 딸의 아픔, 억울한 옥살이…오뚝이 ‘치킨왕’의 감사와 나눔 [온기]
- 타블로, ‘길막’ 러닝크루에 분노…“무리 지어 다니지 마”
- 1500억 날린 순간, 노조위원장은 휴양지에…‘억대 연봉’ 삼성바이오 노조가 탐내는 것은 경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