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old] 적장이 되어 만난 20년지기, 승패보다 빛난 두 사령탑의 ‘존중’과 ‘예우’

이종관 기자 2026. 5. 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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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포투=이종관(안양)]

2005년, 고양 KB 국민은행에서 시작된 두 남자의 인연이 20여 년의 세월을 돌아 K리그1이라는 최상위 무대에서 마침내 교차했다. 비록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으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두 사령탑이 나눈 악수에는 승패 이상의 존중과 예우가 깊게 배어 있었다.

부천FC1995는 2일 오후 7시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11라운드에서 FC안양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부천은 승점 13점과 함께 리그 10위에 위치했다.

K리그1 무대에서 첫 맞대결을 펼치는 양 팀. 이 경기는 양 팀 사령탑의 오랜 서사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 부천을 이끌고 있는 이영민 감독과 안양의 유병훈 감독의 인연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영민 감독은 지금은 사라진 고양 KB 소속으로 뛰고 있었는데 유병훈 감독이 고양 KB에 입단하며 한솥밥을 먹었다. 그리고 2007년에 은퇴를 선언한 이영민 감독은 곧바로 고양 KB 코치로 합류했고, 유병훈 감독이 축구화를 벗었던 2010년까지 사제의 연을 이어갔다.

두 감독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인연은 이어졌다. 유병훈 감독 역시 이영민 감독과 마찬가지로 은퇴를 선언한 뒤 고양 KB 코치진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고양 KB가 해체된 뒤, 두 감독 모두 ‘신생 팀’ 안양 코치진으로 합류하며 이우형 당시 감독을 보좌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먼저 시작한 것은 ‘선배’ 이영민 감독이었다. 이영민 감독은 2015년,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난 이우형 감독을 대신해 안양의 감독 대행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유병훈 감독은 이영민 감독 대행 체제에서 수석 코치로 승격되며 팀의 상승세에 일조했다. 이영민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뒤에도 유병훈 감독은 팀에 남아 그를 보좌했고, 이영민 감독은 2017년에 안산 그리너스 코치로 합류하며 안양을 떠났다.

두 감독 모두 다양한 팀을 거치며 지도력을 쌓았다. 이영민 감독은 안산 코치를 시작으로 안산 감독 대행, 중국 여자 U-19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 등을 거쳐 지난 2021년에 부천 감독직에 올랐다. 유병훈 감독 역시 2018년에 안양을 떠나 아산 무궁화 수석 코치, 서울 이랜드 FC 코치, 대한민국 U-19 축구 국가대표팀, 안양 수석 코치 등을 거친 후 지난 2024년에 안양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오랜 코치 생활을 헛되지 않았다. 이영민 감독은 2021년부터 적은 선수단 예산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며 호평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 K리그2를 3위로 마친 뒤,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승격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얀양 지휘봉을 잡은 유병훈 감독은 1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K리그1 무대로 올라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천이 올 시즌에 승격하면서 K리그1에서 두 감독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경기를 앞둔 이영민 감독은 “유병훈 감독은 후배지만 많은 연구와 전술적인 공부를 하는 지도자다. 나 역시 유병훈 감독을 보면서 ‘더 노력을 해야 달라질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경쟁을 하면서 서로가 발전하는 것 같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후배’ 유병훈 감독 역시 “K리그1에서 내가 스승으로 모셨던 이영민 감독님과 맞대결을 펼친다. 이영민 감독님과는 매주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그만큼 전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축구적인 생각도 많이 공유한다. 큰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결과는 부천의 승리였다. 부천은 그야말로 ‘부천 다운’ 경기로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날 역시 3-4-3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부천은 기본적으로 수비에 주안점을 둔 뒤, 전방의 발 빠른 자원들을 활용한 역습으로 안양을 대비했다. 그 결과, 후반 26분에 터진 가브리엘의 결승골로 연패를 끊어내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20년 이상 이어져온 각별한 사이인 만큼 ‘승장’ 이영민 감독은 유병훈 감독을 향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영민 감독은 “우리나라 최고의 리그에서 유병훈 감독과 만났다.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두 감독의 승부에서는 희비가 엇갈렸지만, 20년 세월을 공유해 온 이들의 우정은 승패를 넘어선 감동을 자아냈다. 비록 적장이 되어 마주했으나 서로를 향한 존경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이영민, 유병훈 감독의 ‘동행’은 K리그1 무대를 더욱 풍성하고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종관 기자 ilkwanone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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