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보다 빠르다… '급속 노화' 중인 아세안, 한국엔 기회

김준석 2026. 5. 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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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실버경제' 육성에 무게
태국 60세 이상 일하는 노인 급증
전산업 걸쳐 고령친화 생태계 확장
젊은 시장 전제 투자 전략 수정을
韓·日보다 빠르다… '급속 노화' 중인 아세안, 한국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고령화는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다. '실버 경제'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난 3월 총리 주재로 열린 첫 전국 단위 실버경제 정책회의에서 팜민찐 베트남 전 총리는 실버 경제 산업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고령층을 부양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경제 활동의 주체이자 자원"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찐 전 총리는 "헬스케어·장기요양·연금·고령친화 관광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구축"을 주문했다.

그동안 풍부한 노동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인구 보너스'로 성장해온 아세안이 최근들어 예상보다 빠르게 고령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각국이 대응 전략 수정에 나섰다. 출산율 제고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고령화를 전제로 한 '실버 경제' 육성으로 정책 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인구 보너스는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유소년인구(0~14세)보다 많아져 노동력과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국내 진출기업들 역시 '젊은 노동력'만을 전제로 한 아세안 지역 투자 전략을 이제는 재검토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韓·日보다 빠르게 늙는 베트남…태국은 '일하는 노인' 증가

3일 각종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아세안 국가 대비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는 이미 1600만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10년 쯤 뒤인 2038~2040년께면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예상대로 고령사회에 진입된다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전환까지 걸리는 기간은 불과 17~20년이 된다. 한국(26년), 일본(36년)보다 훨씬 빠르다.

베트남 사회는 최근 출산율 하락과 맞물리며 노동 공급 증가세가 둔화되고,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부이꽝빈 다낭경제대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짧은 기간에 인구 보너스에서 고령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며 "노동력 중심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실버·디지털·녹색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실버경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태국은 고령화 충격이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먼저 현실화 된 국가다. 2025년 인구는 약 6580만명으로 1년 새 14만명 이상 감소했다. 60세 이상은 1500만명으로 전체의 20%를 넘었고, 이들 중 37%가 여전히 일하고 있다. 상당수가 저소득 상태에서 생계형 노동을 이어가는 구조다. 태국 정부는 재교육과 일자리 매칭을 확대하는 한편, 의료·요양과 관광을 결합한 '은퇴자 산업' 육성에 나섰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빠르게 늙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정년 연장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 '에이지 테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2040년 전후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며 연금·의료 체계 정비를 병행 중이다.

■OECD보다 2배 빠른 고령화…"제도는 뒤처져"

아세안의 고령화는 사회가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리는 '미부선로(未富先老)'의 성격이 짙다. 충분한 소득 축적 이전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장 둔화와 재정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동아시아·아세안경제연구센터는 한결같이 "아세안 국가들이 OECD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노동자의 3분의 2가 비공식 부문에 종사해 연금·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 밖에 놓여 있는 점도 리스크로 꼽고 있다.

공공지출은 GDP 대비 약 20% 수준으로 OECD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반면 연금, 의료, 장기요양 비용은 빠르게 늘어 재정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버경제는 기회이자 리스크"

각국은 고령화를 산업 기회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버 경제는 헬스케어, 금융, 관광, 주거 등 전 산업에 걸친 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진입을 앞둔 싱가포르의 실버 경제 규모는 지난해 시장 규모가 720억달러(약 106조344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는 원격 의료, 고령 친화 주택, 그리고 고령자들이 계속해서 일하고 배우도록 장려하는 정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는 "아세안의 고령화는 실버 경제라는 시장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가족 중심 돌봄과 취약한 안전망으로 인해 소득·지역 격차에 따라 오히려 사회적 부담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별로 고령화 속도와 대응 여건이 달라, 의료·돌봄 인프라 확충과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진출 국내 기업에 있어서도 고령화는 변수로 떠올랐다. 아세안 진출 기업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전략을 수시로 수정하고 있다"며 "이제는 '젊은 시장'이라는 전제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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