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만 잘 살면 돼”… 산업 흔드는 노조 이기주의

장우진 2026. 5.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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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세트부문 2500명 탈퇴
반도체 외 조합원 나몰라라
李 우회 지적에 “우리 아냐”
삼바 전면파업… 6400억 손실
현대차·LG유플도 성과급 경쟁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상관없는 남의 투쟁을 위해 내 지갑에서 돈만 뜯어가는 게 말이 되나.” 이는 삼성전자 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참여하는 스태프에게 수당 300만원을 지급하겠는 입장을 내놓자 나온 완제품(세트) 사업을 맡고 있는 DX 부문의 한 노조원이 최근 올린 반박 글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 초 조합비를 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했다.

소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소위 ‘귀족노조’의 과도한 이기주의가 조합원 내부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같은 회비를 내는 노조임에도 누구는 일자리 존속을 걱정하고 있는데, 노조 집행부는 성과급을 더 받겠다며 회사의 지속가능성이나 소수 조합원의 불이익에는 안중이 없다는 비판이다.

1970년 자신보다 더 힘들고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전태일 열사가 세웠던 노동운동의 뿌리와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 노조들의 행태를 비교하면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노조 탈퇴를 신청하는 글이 급증하고 있다.

종전에 하루 100건이 안 되던 탈퇴 신청 건수는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고 다음 날에는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게시판 등에 따르면 DX 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를 신청한 인원이 며칠 새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성장 일변도였던 초기업노조 창립 이래 유례가 없는 수치로 전해졌다. 탈퇴한 조합원들은 “노조가 DS부문만 챙기는 마당에 노조에 더 가입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탈퇴가 급증한 배경에는 초기업노조가 파업 기간 중 파업 스태프에게 활동비를 3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쟁의 기간 중 조합비를 월 5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결정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 1월 쟁의 기간 조합비를 1만원에서 5만원으로 대폭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 재원을 DS 부문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위한 총파업 운영비에 쓰고, 스태프들 활동비로 준다는 계획이다.

현재 노조 DX 조합원들은 ‘남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목소리다. 삼성전자 유일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DS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DS 부문에 대해서만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뿐,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대해선 아무런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로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의 요구를 고수하면서 지난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면 오는 5일까지 이틀간 더 파업할 예정이다.

사측은 닷새간의 전면 파업으로 일부 공정이 중단되며 최소 6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571억원의 절반 수준이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5808억원)보다 많다.

회사는 여기에 항암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등 제품 생산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노조의 무리수는 삼성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기아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자신들의 동의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노동계의 극심한 이기주의는 현 정부도 걱정할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난 1일 “과도한 요구가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러자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해당 발언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면서 “LG(유플러스) 보고 하는 이야기다. 30% 달라고 하니”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저격 당한 LG유플러스 노조는 즉각 반발했고, 삼성전자 노조 측은 곧바로 사과했다. LG유플러스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900억원이고, 임직원이 약 9800명임을 고려하면 1인당 2700만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의 요구대로면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임직원은 1인당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 이익을 회사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나눠도 되는 건가”고 말한 데 대해 항의서한을 보내고 “편향적 노사관계 개입”이라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극한 이기주의’로 국가 미래 산업인 반도체·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바이오는 국가 전략 자산이다. 노사 갈등 장기화로 ‘K-반도체’와 ‘K-바이오’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도 노사 자율 협상을 존중하되, 국가 경제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 합리적인 중재와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환경 조성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강민성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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