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세평] 통합이라는 착시…공항은 분산 대상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과 통합하는 방안이 정부 입장을 통해 공식화되면서 정책 의제로 급부상하였다. 이는 단순한 공기업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재정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자, 회계의 투명성에 관한 문제이며,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골격을 결정짓는 사안이다.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되는 재정부담 완화와 노선 효율화, 지방 균형발전은 겉보기에만 설득력이 있을 뿐,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본질과 거리가 멀다.
첫째, 재정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통합이 새로운 재원을 창출하는가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그렇지 않다. 인천공항이 창출한 이익의 상당 부분은 이미 배당 등을 통해 국고로 환수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누적 적자를 감내할 때는 별도의 지원 없이 운영 책임을 떠안겼다가, 흑자 전환 이후에는 그 성과를 재분배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결국 통합은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성과를 정치적 논리에 따라 옮겨 적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회계적 불투명성 증대다. 회계를 통합하는 순간, 성과와 책임의 경계는 필연적으로 흐려진다. 수익을 내는 공항과 구조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항의 결산이 하나로 섞이면, 무엇이 효율이고 무엇이 낭비인지 가려낼 수 있는 지표가 사라진다. 이는 경영 개선의 유인을 약화하고,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는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을 낳는다. 회계는 책임을 드러내는 언어여야 함에도, 통합은 그 언어를 모호하게 만든다.
셋째, 항공 산업의 원리를 간과하고 있다. 공항은 정책적 의지만으로 가동되는 시설이 아니다. 노선은 인위적으로 배치할 수 있어도 수요는 결코 강제로 배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부족한 곳에 노선을 꽂아 넣는 것은 항공사에는 비용 부담을, 승객에게는 불편을 전가하는 행위다.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노선 효율화'라는 명분 역시 현실에서는 작동하기 어렵고, 도리어 국가 항공 경쟁력을 하향 평준화할 위험이 크다.
넷째,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지상과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이 과제의 해법을 인천공항에서 찾는 것은 방향이 잘못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단순한 지역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 경쟁이 이루어지는 최전선이며, 대한민국의 국격과 첫인상을 결정짓는 국가적 플랫폼이다. 이러한 허브 기능을 지역 안배의 논리로 분산시키는 것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명확한 오답 노트를 제공한다. 프랑스는 샤를 드골 공항을 중심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고, 싱가포르는 창이 공항에 역량을 몰아주어 글로벌 경쟁력을 수호한다. 반면 기능을 분산했던 일본이나 영국은 허브 경쟁력 약화라는 한계에 직면했다. 허브는 보호하고 비효율은 교정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결론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지원'이 아니라 '통합'이어야 하는가. 지방 공항을 살리는 것이 목표라면 국고를 통한 직접 지원이나 투명한 기능 재편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비용과 효과를 평가할 수 있고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도 분명해진다. 그러나 통합은 그 과정을 흐린다. 회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재원 이전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결국 책임의 소재도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생태계는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이다. 재정은 나누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을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무적 결단에 기초한 통합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할 수 있고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는 정책이다.
/강우석 안세회계법인 송도지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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