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침을 읽다] 악공, 絃里(현리)에서-신동옥
권경아 2026. 5. 3. 18:40
해가 지고 반짝이는 건 손톱이에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없어요.
달은 싸구려 기타의 울림구멍
배경으로 쑥 빠져 밤이슬을 게워내고 있어요.
어깨를 겯지르고 산기슭을 오르는 어둠만 있어요.
어느 초가집 아래건
안개는 여섯 현을 뻗어 지음(知音)을 불러요.
안개의 심장을 쪼개는 도끼소리 공명하고
화부의 뒤꼭지는 보이지 않고 반짝이는 건
도끼날이거나 내린천 물빛이에요.
달빛 가사(袈裟)를 뒤집어쓴 물고기가 튀어 올라요.
도처에 흩날리는 건 무지개 빛 비늘이에요.
당신은 가장 싱싱한 비늘을 딛고 서 있어요.
안개 사이로 난 물길을 걷고 있어요.
당신의 絃과 내 심장의 간극을 손톱으로 재고 있어요.
▶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없이 어둠만 낭자한 그곳에서 반짝이는 건 손톱이다. 지음(知音)을 부르고 있는 현의 울림에 공명하는 것은 심장. 현을 울리는 악공의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은 심장을 울리며 답하는 시인이다. 어둠 속에서 흩날리는 가장 싱싱한 무지개 빛 비늘을 딛고 물길을 걸어오는 악공. 손톱으로 재는 악공의 현과 시인 심장의 간극. 현의 울림에 심장이 공명함으로써 간극이 무화 되듯 악공과 시인의 간극은 사라지고 있다. 악공이 모든 시인들의 꿈인지, 시인이 모든 악공의 꿈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악공이 곧 시인이며, 시인이 곧 악공이라는 것, 그리고 당신이 이 시의 울림에 공명하는 심장을 가진 자라면 당신은 이미 시인이며 악공이라는 것이다.

/권경아 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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