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운행속도 하향’…다시 불붙는 안전문제

노진실 2026. 5. 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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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재추진 기조
대구 반월당역 에스컬레이터 속도 하향 조정
“시민 혼란 커질 것” VS “안전 위해 필요해”
3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환승역인 반월당역에 에스컬레이터 함께서기(두줄서기) 캠페인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노진실기자>

최근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있어 '안전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이슈화되면서, 이에 대한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관계기관은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실제 이날 오전 대구도시철도 환승역인 반월당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구교통공사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는 지난 2024년 11월부터 에스컬레이터 '함께 서기 이끄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거나 걷지 말고 두줄로 함께 서서 타요. 에스컬레이터 '함께서기' 캠페인을 실시합니다. 대구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대대적인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캠페인을 시행했지만, 8년 만인 지난 2015년 해당 캠페인은 폐기된다. '두줄 서기' 캠페인을 벌인 지 8년이 지났는데도 '한줄 서기'를 선호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고, 정책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다 올해 초 정부 차원에서 두줄 서기 정책 재추진이 시사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고성균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에게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운동하는 나라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는 한쪽 옆을 비워두는게 에티켓처럼 돼 있는데, 그렇게 움직이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두줄 서기 관련 슬로건을 하나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고 이사장은 "현재 우리 나라는 한줄 서기가 일반화돼 있다. 두줄 서기는 전국민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잘 안되고 있다"라며 "(두줄 서기) 문화를 최대한 빨리 정착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한줄 서기가 계속되면 에스컬레이터 하중 불균형으로 인해 기계 수명이 단축된다. 또한 에스컬레이터는 원래 정지 상태로 이용하도록 설계된 장비이며, 이동중 보행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공단 측은 보고 있다.

공단은 "두줄 서기를 통해 에스컬레이터 하중을 균형있게 분산시켜 기계의 안정성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이용방식의 변화가 아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존에 비어있던 한쪽 공간을 채우면, 출퇴근 등 혼잡시간대에 더 많은 사람의 동시 탑승을 가능하게 해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3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에 13일부터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하향 조정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노진실기자>
3일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에스컬리터 옆에 넘어짐 사고 많은 곳이라는 안내 표지가 설치돼 있다. <노진실기자>

이와 함께 대구 도시철도역에선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 하향 조절'이 또 다른 이슈다.

3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승강장에 '에스컬레이터 속도조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현수막에 따르면, 도시철도 반월당역의 에스컬레이터 운행 속도가 오는 13일부터 20m/분에서 15m/분으로 하향 조정된다. 이와 관련해 대구교통공사는 "해당 구역은 노약자 전도사고가 많은 곳으로 전도사고 예방을 위해 속도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교통공사는 전도사고가 많이 발생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먼저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를 하향 조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대구 도시철도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1천174건으로, 이중 노약자 관련 사고가 전체 사고의 83%를 차지했다.

공사는 도시철도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낮추니 승객 '넘어짐 사고'가 94%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를 낮춘 후 68일이 경과한 시점에 분석한 결과, 기존에는 사고가 16건 정도 발생했으나, 운행 속도 조정 후에는 1건만 발생해 속도 조정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대책임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운행속도 하향 조정' 정책을 두고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반월당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9·수성구 만촌동)씨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분, 초를 다투는 급한 일이 있는 누군가를 배려해 '한줄 서기' 문화가 생긴 것 아닌가"라며 "에스컬레이터 속도까지 하향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두줄 서기'까지 강제화된다면, 이용자들의 혼란이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동성로에서 만난 주부 서정은(44·북구 대현동)씨는 "두줄 서기와 운행속도 늦추기를 통해 노약자들이 더 안전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역시 동성로에서 만난 직장인 김기수(52·달서구 용산동)씨는 "안전 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 급한 사람은 계단을 이용하면 되고, 각종 사고 발생 가능성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영남대 윤대식 명예교수(도시공학과)는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와 운행속도 늦추기는 시대적인 가치를 반영한 정책 기조로 보인다"라며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이동을 비롯한 생활 모든 분야에서 속도만 강조돼 왔는데, 그보다 중요한 가치가 '안전'이다. 다만, 정부와 관계기관은 해당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