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밥 멕여주나, 확 바까야지” “이러다 민주당 독재돼뿐다” [6·3 지방선거]

김나현 2026. 5. 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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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심장’ 대구 르포
70대 상인 “야당 힘 없고 말뿐
공단·신공항 만들 김부겸 찍을 것”
30대도 “金 돼야 대구 덜 소외”
고령층 일부는 지역주의·색깔론
“미우나 고우나 국힘 추경호뿐
金 뽑는다고 대구에 뭐 주겠나”
“보수가 밥 멕여 주나. 대구 경제가 엉망인데 힘 있는 놈으로 확 바까야지.”
 
“미우나 고우나 국민의힘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 갖고 가면 독재 돼뿐다.”
견제론이냐 지원론이냐 지난 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대구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여론조사상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 6·3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최상수 기자
‘보수의 아성’ 대구가 흔들리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대구시장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들 사이에선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를 통해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지난달 30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배민수(60)씨는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놨다. 배씨는 “원래 국민의힘 당원이었는데, 하는 꼬라지(꼬락서니)가 마음에 안 들어 나왔다”며 “대구에 막대기만 꽂아두고 발전시킨 게 뭐 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김부겸씨는 여기 수성구 (국회의원) 할 때 열심히 했고, 민주당 색채도 덜하다”며 “이번엔 바꿔야 (국민의힘이) 정신 차릴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핵심은 경제였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0여년째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등 지역 경제가 장기간 침체 상태에 놓여 있다. 이를 겨냥해 김 후보는 ‘GRDP 150조원 창출’, ‘일자리 10만개 창출’ 등 경제 공약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과 TK 행정통합 등 지역 현안 해결도 약속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1일 대구 북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기념대회에서 만나 악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힘 있는 여당 후보에게 맡겨보자’는 기대감이 감지됐다. 서문시장에서 이불 가게를 하는 조구현(79)씨는 “야당이 (시장) 해봤자 힘도 없고 말뿐”이라며 “대구 살릴라믄(살리려면) 공단 세우고 신공항 들어서야 경제 돌아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광석거리에서 만난 원준기(32)씨도 “대구에서 자라는 내내 국민의힘이 여당이거나 적어도 다수당이었는데, 남은 건 자동차 부품 산업 정도고 친구들은 다 서울로 떠났다”며 “이 정도면 국민의힘을 찍어온 우리가 잘못한 거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원씨는 “김부겸씨가 되면 이재명정부에서 대구가 덜 소외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진영 ‘최후의 보루’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도 만만찮다. 영남권을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만은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서문시장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진수근(65)씨는 “대구는 보수 텃밭인데, 다른 데는 못 찍는다”고 말했다. 진씨는 “나랏빚이 천문학적인데 고유가(피해지원금) 뭐 준다고 다들 억수로 불만 많다”며 “이재명이가 나라 다 배려(버려)놨다”고 했다. 동대구역 인근에서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던 조용수(72)씨도 “10만, 20만원 주면 소주나 먹지. 빚내서 돈 주는 게 어데(어디) 있나”라며 “다 표 얻을라고 그란(그러는) 거지”라고 꼬집었다. 고령층 일부에서는 지역주의와 ‘색깔론’ 프레임도 여전히 작동했다. 조씨는 “이재명이는 빨갱이라 미국에 찍혔다”며 “민주당은 전라도에만 돈 준다. 김부겸 뽑는다고 대구에 뭐 줄 것 같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대구 북구 대구복합스포츠타운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기념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행사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1일 대구 북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기념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만나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추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연일 ‘원팀’을 외치며 보수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대구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친 후 “보수의 심장 대구를 지키고, 민주당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기대를 잘 헤아려 더 낮은 자세로 치열하게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4월27∼28일 대구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 조사 결과, 김 후보가 42.6%, 추 후보가 46.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같은 기간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김 후보(47.5%)가 추 후보(39.8%)를 7.7%포인트 차로 앞섰다. 두 조사 모두 자동전화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 초반 혼전 양상이 이어지면서 후보별 리스크와 유세 전략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추 후보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북구에 거주하는 60대 박모씨는 “저들(민주당)이 그냥 놔둘 아들(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내란죄로 날아가서 보궐(선거) 하면 또 국민 혈세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씨의 배우자인 60대 이모씨는 “우리는 정부에 불신이 있는데, 시민들이 나쁜 소리를 해도 ‘죄송합니다’ 하면 되지. 김부겸이는 한 명 한 명 잡고 왜 욕하나 따지더라”라고 지적했다.

대구=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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