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바나나·덕트테이프 등장에 스러져가는 광고인들

맹진규 2026. 5. 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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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바나나와 덕트테이프 등장으로 위기는 현실이 됐습니다."

국내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영상 제작을 맡고 있는 한 PD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 "이미 인간이 하는 작업 속도를 넘어 영상 품질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따라붙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광고와 숏폼 영상 제작이 늘면서 이 물량의 상당수가 영상 생성과 편집에 AI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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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제작·편집 등 AI가 대체
중견 광고회사 잇따라 문닫아
한적한 서울 논현동 광고회사 밀집 골목. 맹진규 기자

“나노바나나와 덕트테이프 등장으로 위기는 현실이 됐습니다.”

국내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영상 제작을 맡고 있는 한 PD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 “이미 인간이 하는 작업 속도를 넘어 영상 품질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따라붙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기술 적용 속도가 다른 산업보다 빠른 광고업계에선 조만간 AI가 광고산업을 집어삼킬 것이란 공포가 현실화했다는 얘기다.

국내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한 AI 서비스 카테고리가 론칭 9개월 만인 3일 누적 의뢰가 1만2000건을 돌파했는데, 그중 AI 영상은 전체 AI 의뢰의 26%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16%였다. 광고와 숏폼 영상 제작이 늘면서 이 물량의 상당수가 영상 생성과 편집에 AI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크몽 관계자는 “촬영 없이 모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AI 서비스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AI는 이제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업무 도구”라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투입돼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영상 촬영과 제작, 편집 등에선 구글의 나노바나나와 오픈AI의 GPT이미지2.0(일명 덕트테이프)의 등장이 트리거가 됐다.

실제 광고 제작까진 아니더라도 기획자가 이미지와 영상을 바로 만들어낼 수 있어 디자이너 및 하청회사로부터 초안을 받을 필요도 사라졌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활용하면 이 과정에서 제안서와 보고서도 작성할 수 있다. 대형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제일기획 HSAD 등 종합 광고대행사는 이미 AI 전담팀을 꾸렸다”며 “직원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했다.

아직은 위기감 속에 있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 광고대행사와 프리랜서는 당장 생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당장 25년 업력의 중견 광고업체 엠포스가 작년 6월 문을 닫았고, 독립 광고대행사인 디블렌트와 광고·마케팅을 대행하는 디노마드는 올초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중소 광고대행사가 몰려 있는 서울 논현동 일대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 프로덕션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인 볼보가 100% AI로만 만든 광고를 지난해 내놨는데, AI인지 몰랐을 정도”라며 “AI에 능통한 직원이나 1인 회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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