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달구벌대로 상징성’에 막힌 대구법원청사 이전…수성구 건축위 “지역 정서와 맞지 않다”
법원 “기재부 예산 확정돼 지하화 불가…사업 장기화 우려”
2030년 준공 차질 불가피, ‘법원 없는 연호지구’ 파행 가능성도

대구법원청사 이전사업이 수성구청의 '건축 심의 재검토(부결)'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 법원 측과 지자체인 수성구청 간의 입장 차가 팽팽해, 자칫하면 '법원 없는 연호지구'라는 파행적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수성구 건축위원회가 두 차례나 '재검토(부결)'를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주차장에 적용된 공법과 도시 미관에 대한 상징성이다. 대구의 대동맥인 달구벌대로변에 노출되는 '옥외주차장 공작물'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판단이다. 건축위는 이를 지하화하거나, 위치를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차장에 적용된 특정 공법(합성보)이 구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기술적 지적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예산상의 제약으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설계 변경·공법 수정까지 했는데…현실 외면한 요구"
대구법원청사 이전사업은 총사업비 3천674억 원을 투입해 연호지구 내 6만4천여㎡(1만9천600여 평) 부지에 지하 1층~지상 20층 규모로 들어선다. 하지만 수성구 건축위원회의 심의에서 두 차례 모두 '재검토'로 부결되면서 이전에 급제동이 걸렸다. 2027년 3월 착공은 물론이고, 2030년 준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달구벌대로와 닿은 공작물 주차장(북측 동편)의 위치 선정 및 공법, 디자인이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 수성구 건축위의 입장이다. 설계된 법원 신청사는 달구벌대로를 등지고 남측을 바라보고 있으며, 달구벌대로 쪽에는 3층 규모의 주차장과 어린이집 등이 조성된다.
지난해 12월 열린 1차 건축위 심의에서는 △달구벌대로 상징성을 고려한 전반적인 배치를 재검토할 것 △합성보 공법에 대해 재검토하라며 반려됐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공작물(8m 이하의 철골 조립식 주차장)의 경우 외벽이 없어야 하며, 철골조 형식을 유지해야 한다.
당초 법원 측은 디자인이 가미된 루바 공법(목재 등 판재를 이어 붙인 시공방식)으로 설계했다. 공작물 주차장으로 대전의 '나노종합기술원 주차빌딩', 부산의 '수영구 스포츠문화타운 공영주차장', 충북의 '경찰청 주차타워' 등도 이 공법을 적용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건축위는 이를 '외벽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외벽이라고 하면 통상 콘크리트벽 등 구조적 역할을 하는 것이 외벽인데, 이와 전혀 상관없는 디자인이 가미된 펀칭이나 루바 공법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에도 외벽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헷갈릴 수 없는 부분인데, 외벽이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철골조도 법원은 당초 층고를 낮춰 주차면수를 늘릴 수 있는 철골에 콘크리트를 합성하는 '합성보' 공법을 제안했으나, 건축위는 '적합하지 않다'며 철골조 공법으로 수정·보완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설계사는 지난 4월20일 열린 재심의에서 철골구조 형식인 'EQ 공법'으로 변경하고, 주차장 배치를 기존 동편에서 서편으로 이동하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건축위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주차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제시된 대안은 △본관동 지하화 △지하화 △남측으로 이동 △일반 건축물로 계획해 입면 디자인 검토 4가지다.
더욱이 건축위의 심의 과정이 표결이 아닌 안건을 제안하는 구조여서, 일부 심의위원들의 강한 주장에 따라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설계 방식이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기 때문에 크게 훼손해서는 안 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정도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미 기재부에서 예산 총액이 결정된 상황에서 지하화하는 것과 주차장을 옮기는 대안은 예산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미 6개월이 지체됐다. 자칫 법원 이전이 장기과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성구 건축위 "달구벌대로 상징성" 포기 못해
수성구 건축위의 입장도 완강하다. 달구벌대로는 동대구로와 함께 대구를 상징하는 핵심 도로인데, 법원 신청사가 도로를 등진 채 주차장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은 도시 미관상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1차 심의에서 반려된 디자인과 공법에 대해서는 "루바가 됐건 타공판이 됐건 재료와 상관없이 외벽의 기준이 되며, 법원 건물에 맞지 않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합성보 공법의 경우 주차장법상 8m 이하의 한 층 기준인 2.3m를 넘기 때문에 철골 조립식 구조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판단에 수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시된 4가지 대안은 교통영향평가에서부터 논의됐다는 것이 수성구청의 입장이다. 1·2차 심의에 앞서 지난해 4월 교통영향평가 심의가 통과됐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전체적인 배치로 봤을 때 달구벌대로를 완전 등지는 데다, 공작물과 테니스장까지 넣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교평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건축심의에서 보완하겠다고 해서 통과됐다"며 "공법을 변경하고 배치를 수정해 왔지만, 2차 심의에서 심의위원들이 보기에는 동편에서 서편으로 주차장을 이동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정서에 어긋나더라도 법원 측의 의도대로 정문의 방향까지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구청 관계자는 "수성경찰서, 수성구청 등 인근 공공기관들은 모두 지역적 정서를 반영해 달구벌대로를 향하고 있다"며 "서울 소재 업체가 설계하다 보니 대구의 어떤 상징성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대구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법원 이전이 '주차장 설계'라는 벽에 부딪혀, 연호지구 개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수성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50~100년까지 바라볼 건물인 만큼, 설계부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중론"이라며 "제시한 대안들로 협의가 되길 바라지만, 만약 수렴되지 않는다면 법원 이전이 늦어지거나 곤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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