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민주당? 공소취소 길 연 특검법에 당내서도 당혹···“국민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특혜”

김한솔·심윤지·박하얀·강한들 기자 2026. 5. 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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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서로를 가리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당이 발의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공소취소하는 길을 열어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이 3일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당사자인 사건의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특검이 공소취소까지 가능하게 한 법안을 낸 것을 두고 진보 진영과 학계 내에서도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은 여론 추이를 보며 6·3 지방선거 전 특검법 처리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부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특검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민주당 중진 A의원은 “정치적으로 공소취소 주장은 할 수 있으나 실제 법을 내고 통과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의원총회를 하면 문제 제기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억울하면) 재판 과정을 통해 무죄 받고 정리하는 것이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시스템”이라며 “그 시스템을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B의원은 “우리가 다수당이니까 억지로 난리 쳐서 특검이 공소취소를 했다고 쳐도,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제기할 수도 있고, 민심 나빠지고, 지지율도 떨어진다”며 “그다음엔 더 혹독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C의원은 “(당 입장에서) 정당성이 있다 해도 결국은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을 넘겨받아서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오해받기 딱 좋다”며 “저쪽(보수 야당)이 그냥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를 담당한 의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 온도 차도 감지된다. D의원은 “원내에서는 반드시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공소취소가 옳으냐 그르냐만 보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지금 원내나 국조를 한 사람들은 당연히 공소취소해야 된다는 입장이어서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보수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과 대구 선거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법안 때문에 선거가 위험한 곳은 대구, 부산, 경남”이라며 “대구 사람들은 안 그래도 민주당을 찍지 않을 명분이 필요했는데 국민의힘에서 후보들에게 이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E의원은 “굳이 여론도 안 좋게 하고 분란을 일으켜 가면서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며 “선거 때 이렇게 힘자랑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 국민은 범칙금 고지서만 나와도 꼼짝없이 내야 하는데 특검까지 동원해 죄를 지운다”며 “어느 국민이 억울한 재판을 받았다고 해서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까지 동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과 학계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은 지난 1일 논평에서 “입법 권력이 대통령 엄호의 목적으로 특검법을 남용하고 사법 절차를 뒤흔드는 선례를 경계한다”며 “(향후) 저들(내란 세력)이 이 선례를 악용해 공소취소 권한을 제멋대로 휘두른다면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수많은 억울한 국민 그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특혜를 대통령이 가장 먼저 누리는 일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에게 상당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친위쿠데타, 이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수사에 분노를 품을 순 있지만 그게 지나쳐 헌정 체제와 조응하지 않는 입법안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도 “나쁜 전례를 만들어 상대 진영이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여론 추이를 가늠하며 특검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과 20일에 각각 개헌안 투표와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예정된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방선거 전까지 본회의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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